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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 이대로 계속 가도 괜찮은 것인가?

鶴山 徐 仁 2024. 5. 28. 19:07

오피니언

칼럼

[김대중 칼럼] 이대로 계속 가도 괜찮은 것인가?

이번 한·중·일 3국 정상 회의, 북핵·안보 문제는 손도 못 대

우리의 길은 궁극적으로 두 가지… 한국의 핵 능력 향상과 이를 위한 대미 교섭력 확보

주한 미군 주둔비 먼저 올리고 차라리 '핵연료 재처리' 달라 하자

김대중 칼럼니스트


입력 2024.05.28. 00:12

2024년 올 한 해에 한국의 정치 지형(地形)에 중대한 의미를 지닌 선거 두 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나는 우리 국회의원 선거고, 다른 하나는 미국 대통령 선거다. 4·10 총선에서 현 집권 세력은 패했고 11·5 미국 선거에서는 한국에 결코 이롭지 않은 정권 교체가 임박한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부로서는 안팎으로 고난의 행군이 예고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정치적 복고풍이 불어 유럽은 극우에 가까운 우파 세력이 속속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근자에 ‘유럽에 번지는 극우 세력의 위협’이라는 기사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헝가리, 북유럽 국가들이 그동안 유럽을 지배한 전통적인 자유·민주 보수 노선을 버리고 이민 통제, 경제 이기주의, 인종차별 등을 내세운 극우 정치를 표방하고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심지어 지구적 환경 개선에도 적대적이고 러시아의 푸틴을 배척만 하지 말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자고 화해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 근거한다.

지난 2022년 한 해 유럽의 난민은 510만명으로, 그 전해의 배가 넘는 숫자다. 포퓰리스트들은 유럽이 더 이상 세계의 리버럴 근거지도 아니고 환경과 문화의 보전장도 아닌, 세계 난민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외국 출신자의 참정권을 제한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서구사회에 이기주의가 지배적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고 나토는 사실상 무의미해지며 바이든이 주도한 대(對)중국 봉쇄는 연합 전선을 잃게 될 것이 뻔하다.

우리는 지금 이런 세계적인 변화를 제대로 읽고 그에 대처하고 있는가? 특히 트럼프가 당선되는 경우를 상정하고 정책 변화를 구상하고 있는가? 미국 조야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다시 들어온다면 미국은 우리가 아는 ‘세계적 미국’이 아니라 ‘패권적 독불장군’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공짜가 아니며 모든 대외 관계는 대가를 지불하는 거래의 관계로 변한다는 것이다.

안보도 마찬가지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5월 초 중국을 방문한 블링컨 미 국무 장관에게 이런 경고를 했다. “미국은 제로섬 게임이나 소규모 블럭 외교를 하지 말기 바란다. 우리 미국이나 중국은 각기 친구나 파트너를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상호 간에 타깃으로 삼거나 서로를 해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바이든이 최근 일본 기시다와 필리핀 마르코스를 만나 중국의 대만 침공과 남중국해 봉쇄를 경고하고 ‘연대’를 도모한 것에 대한 불만이지만 우리에게도 해당한다.

근자에 윤 정부가 집권 전반기 기조와 달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방중해서 왕이와 회담하고 대만 총통 취임식에는 정부 차원의 축하를 자제한 것이 중국의 심기를 헤아린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반면 푸틴의 취임식에는 다른 서방 민주국가와는 달리 대표를 보냈다. 이런 것을 두고 윤 정부의 미국 주축의 동맹 외교가 변화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실 한국 안보·외교는 심각한 국면에 처하고 있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자유 진영의 동맹 외교 라인에 줄기차게 서 있을 것이냐 아니면 그 블럭 외교에서 한발 빠지면서 중국이나 러시아의 눈치를 보는 줄타기 외교를 할 것이냐의 문제다. 초기 동맹 외교의 복원에 치중해 우리 외교를 이끌었던 윤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한국의 좌파적 성향, 민주당이 표방하는 이른바 ‘쎄쎄 외교’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엊그제 서울에서 한·중·일 3국 최고위의 회동이 있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동북아시아에서 경제협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북핵과 안보 문제다. 3국 회의는 그 문제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3국이 모여봤자 안보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하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한국의 핵 능력 향상이고, 그것을 얻어내기 위한 대미 교섭력 확보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물론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차제에 주한 미군 주둔비를 일본 수준(75%)으로 부담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그 대신 핵연료 재처리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주둔비의 50% 선인 1조1883억원을 지불하고 있는데 우리의 수준에서 몇% 가지고 실랑이하기보다 상당액을 우리가 내고 대신 핵 재처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온당하다 생각한다.

총선 후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연임 기자 간담회에서 “이제까지 해왔던, 이 기준대로 계속 가면 대한민국이 괜찮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 질문을 윤 대통령에게 던지고 싶다. 윤 정부는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 계속하면 안 된다. 안보·외교·경제 그리고 정치 면에서도 그렇다.

김대중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