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의 아톰 칩을 탑재한 아톰카드./리벨리온 제공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토종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올해 진검승부에 나선다. 양산 전 테스트 단계에서 엔비디아 등 대형 AI 반도체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본격적인 고객사 납품을 통해 실적으로 자사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 리벨리온 ‘아톰’과 5㎚ 공정으로 제조된 AI 칩인 퓨리오사 AI의 ‘레니게이드’, 7㎚ 공정의 사피온 ‘X330′이 올해 양산에 돌입한다. 딥엑스는 5㎚ 공정 기반 ‘DX-M1′, 모빌린트는 14㎚ 기반 ‘에리스’를 연내 양산할 계획이다.
◇ 토종 AI 반도체 개발사에 1000억 넘는 투자금 몰려
AI 시장 개화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자 AI 반도체 개발사에는 막대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리벨리온은 현재까지 약 2800억원의 투자금을, 퓨리오사 AI와 사피온은 각각 1600억원, 6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 딥엑스는 최근 11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고, 모빌린트도 수백억원대 투자를 끌어왔다.
토종 AI 반도체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약점으로 꼽히는 가격경쟁력과 전력 대비 성능 효율(전성비)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개당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지속적으로 구매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력 소모량도 치솟고 있어, 전력 효율이 높은 반도체 수요도 증대되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제품은 신경망처리장치(NPU)로 엔비디아의 범용 GPU와 달리 AI 추론에 특화됐다.
리벨리온 아톰은 AI 반도체 성능 테스트 대회인 엠엘퍼프(MLPerf)에서 퀄컴·엔비디아의 동급 반도체보다 1.4~3배가량 앞선 성적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퓨리오사 AI는 엔비디아 동급 제품과 비교할 때 처리 속도와 성능 면에서 2배 이상 우수하다고 설명했고, 사피온은 전력 효율이 1.9배 뛰어나다고 했다. 딥엑스에 따르면 딥엑스의 DX-M1은 엔비디아 대비 전성비는 최대 20배, 가격경쟁력은 10배 이상 뛰어나다. 모빌린트의 에리스는 전성비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엔비디아보다 약 2배 이상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서희
◇ 아직 경영 실적은 미미… 검증은 지금부터
하지만 투자금 유치와 성능 평가와 비교하면 아직까지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의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퓨리오사 AI와 리벨리온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각각 600억원, 159억원 수준이다. 딥엑스도 약 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력 제품의 양산이 본격화되기 전이라 뚜렷한 매출원이 없어 아직까지는 경영 실적이 초라한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AI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검증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능 평가 지표가 테스트 단계에선 최고 수준이지만, 대량 양산 시 기대와는 다른 성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사에서 개발하고자 하는 AI 서비스에 대한 소프트웨어 지원 역량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통해 대량 양산된 이후에도 동일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하며, 하드웨어 성능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제부터 제대로 된 평가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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