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2050회 병원 투어…건보료 251억 쓴 그들에 칼 뺐다
중앙일보 입력 2022.12.08 14:00 업데이트 2022.12.08 16:11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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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의 모습. 연합뉴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인 A(42ㆍ대구 수성구)씨는 지난해 2050회 병원을 찾았다. 총 24곳의 병원에서 365일 하루도 빠짐 없이 진료를 받았다. 그는 매일 평균 5.6개의 병원을 찾았고, 하루에 병원 10곳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A씨는 병원에서 주로 통증 치료를 위한 물리치료를 받거나, 진통 주사나 침ㆍ뜸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1년간 쓴 건보 재정은 2690만원에 달한다. A씨의 병원 진료 횟수는 2017년 1118회, 2018년 1269회, 2019년 1529회, 2020년 1900회 등 매년 급증했다.
정부가 A씨와 같은 과다 의료이용자에게 칼을 빼들었다. 앞으로는 연간 365회 이상 병원 진료를 받는 과다 이용자에게는 진료비의 최대 90%까지 본인이 부담하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8일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는 과다 의료이용ㆍ공급을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해 도적적 해이와 불필요한 의료남용이 발생한다”라고 평가했다.
A씨처럼 연간 365일 이상 외래 진료받는 과다 의료이용자는 지난해 2550명이다. 이들에게 들어간 건보 재정은 251억4500만원으로 1인당 986만1000원을 썼다. 전체 건보 가입자 연간 급여비(149만3000원)의 6.6배에 달한다. 실손보험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건보가 적용되더라도 진료비의 20%(평균)는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실손보험 보장을 받으면 실질적인 본인부담금이 0%~12%로 줄어든다.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입원이든 외래든 본인 부담 한 푼 없이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
복지부는 건보재정 효율화를 위해 ‘외래의료이용량 기반 본인부담률 차등제’를 검토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연간 365회를 초과한 외래이용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을 현행 20%(평균)에서 90%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이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차등제를 도입하더라도 중증질환 등 장기간 의료이용이 꼭 필요한 경우에 대한 예외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접근성을 제한하는 조치 아니냐는 지적에 정윤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매일 한번씩 병원에 가야 연간 365회 이상 외래 진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지속가능해야 하는데 이건(연간 365회 이상 외래 진료) 너무 과하다는 문제 인식이 있었다. 아마 국민 대다수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필요하게, 습관적으로 진료받는 부분을 개선하려는 것이며 예외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기준을 만들겠다”라며 “매일 외래 이용하는 분들 보면 주로 동네 의원, 한의원에서 물리치료, 통증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은 개선해야한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과다이용자의 본인부담금 상향 조치가 실손보험사의 부담으로 돌아갈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정 국장은 “금융위원회와 실손보험의 급여ㆍ비급여 보장 범위와 수준 등 상품 구조 개편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겠다”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과다의료이용 등록ㆍ관리시스템을 만들어 과다이용자를 모니터링하고, 본인부담면제나 진료비 할인 등 과다이용을 조장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기획조사를 벌인다.
암, 희귀ㆍ난치성 질환자에 대해 진료비 5~10%만 부담시키는 '산정특례' 제도도 죈다. 현재 252만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산정특례 적용 범위는 중증질환과 그 합병증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관련 없는 경증질환에도 특례가 적용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암 진단을 받아 산정특례 등록된 환자가 암과 전혀 관련성이 없는 추간판탈출증(디스크)으로 병원 진료를 받을 때도 본인부담금을 5%만 내는 등의 사례다. 앞으로는 산정 특례 적용 중증 질환의 합병증 범위에서 특례 질환과 관련성 낮은 경증질환부터 적용 제외하고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만든다. 복지부는 “통상 경증질환으로 분류되는 105개 질환부터 전문가 논의를 거쳐 대상을 선정하고 적용 제외 사례는 공개하겠다”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중증 아토피 질환자의 경우 가려움ㆍ발진은 산정특례 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관련 없는 허리디스크는 적용 대상서 제외된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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