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넷플릭스·디즈니…세계 자막시장 평정한 한국인

鶴山 徐 仁 2022. 10. 14. 12:38

조선경제테크

 

넷플릭스·디즈니…세계 자막시장 평정한 한국인

 

장형태 기자


입력 2022.10.14 03:00

 

“자막과 더빙 모두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입니다. 올해 말까지 브라질·멕시코·터키·인도에서 현지 번역 업체 인수를 완료하고 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 자막·더빙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한국 기업이 있다. 아이유노SDI 미디어그룹(이하 아이유노)이다. 이 회사는 넷플릭스·디즈니·아마존·HBO 등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자막·더빙 현지 1위 업체를 인수해 업계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 11일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가진 아이유노의 이현무(46) 대표는 “OTT 성장 둔화에도 영상 콘텐츠 자막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며 “매년 15%가량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는 매출 7000억원가량을 올릴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이 대표는 고객사 미팅을 위해 한국에 들렀다고 했다.

세계 자막·더빙 1위 업체 아이유노의 이현무 대표는 지난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OTT 성장이 둔화됐다지만, 고비용 북미 콘텐츠 대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시아 콘텐츠 번역 수요가 늘어나 번역량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며 "특히 한국어 콘텐츠 번역 수요가 급증했다"고 했다. /아이유노

 

 

◇자막·더빙 세계 1위, ‘아이유노’ 이현무 창업자… 34國 번역가 3만명을 AI로 보조

 

아이유노는 이 대표가 2002년 창업한 자막·더빙 회사다. 서울 골방에서 홀로 시작했던 사업이 현재 전 세계 34국 64개 지사, 임직원 2700명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루는 언어만 영어·한국어·통가어 등 100개가 넘는다.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이 꿈이었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 잠시 영상 번역업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당시 일하던 회사에서는 외화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대사를 종이에 받아 적어 번역했다고 한다. 그는 “너무 구닥다리 방식이라 이를 쉽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며 “시장에서 반응이 괜찮길래 제대로 사업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아이유노도 처음에는 케이블 채널 외화를 주로 번역했다. 이 대표는 “지역 업체로는 경쟁력이 없다 생각해 2012년 싱가포르로 진출했다”고 했다. 마침 현지에서 한류붐이 불어 한국 방송을 번역하는 일을 맡았고, 이후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 등으로 진출하며 이름을 알렸다. 뒤이어 넷플릭스 등 주요 OTT 업체들 일감을 따내며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갔다. 그는 “현재 자막 전체로 보면 전 세계 15%, 메인스트림 미디어 시장에서는 3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유노가 세계 정상 자리를 굳히는 데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투자도 한몫했다. 아이유노는 지난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1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대표는 “당시 손 회장은 우리가 가진 AI(인공지능) 기계번역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아이유노는 AI 기계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XL8)를 두고 있는데, 구글보다 번역 효율이 높은 엔진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XL8이 원본 데이터를 초벌 번역하면, 아이유노가 전 세계 3만명 프리랜서 번역가와 성우 인력을 동원해 번역과 더빙 작업을 완료하는 식이다. 그는 “구글의 번역 데이터는 전 세계 모든 웹페이지이기 때문에 데이터의 질을 담보하기 힘든 상태”라며 “반면 아이유노는 전 세계 주요 OTT의 정제된 음성과 자막 데이터를 활용하니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그는 “AI 기술을 활용한 음성합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성우가 부족하고, 특히 아동 성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AI 성우로 이를 대신해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Z세대도 자막을 쿨하게 생각”

 

최근 영미권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영상 콘텐츠를 소리 대신 자막으로만 소비하는 Z세대(10~20대)가 늘고 있는 것도 아이유노에 호재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젊은 층은 아예 자막을 켜놓고 동영상을 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OTT뿐 아니라 유럽 베팅 사이트도 아이유노그룹의 고객사가 돼 실시간 중계 번역을 도입했고, 한 아이돌 그룹도 태국 팬미팅 온라인 생중계에 실시간 자막 자동 생성 서비스를 이용했다. 현재 이 대표는 싱가포르, 미국, 영국, 한국을 바쁘게 오가며 일하고 있다. ‘도대체 본사가 어디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이같이 답했다. “제가 사는 곳이 본사라면 싱가포르, 지주회사 주소로 치면 스웨덴, 주 사업 무대로 치면 미국”이라며 “그렇지만 한국 사람이 하는 기업이니 한국 회사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