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물 한 동 개교, 한전공대 누가 책임지나
조선일보
입력 2022.02.12 03:22
내달 3월 개교를 앞둔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공사가 한창이다. 2022.2.10. /김영근기자
11일 자 조선일보 사회면에는 흙더미 한가운데 4층짜리 건물 한 동을 짓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다음 달 2일 개교하는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모습이다. 건물 바로 앞에서는 덤프트럭들이 흙을 실어나르고 있다. 개교를 20여 일 앞두고 있는데 아직 강의실과 행정실 등으로 쓸 한 동짜리 건물조차 다 짓지 못한 것이다.
이 대학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호남 공약이었다는 것 말고는 왜 생겨야 하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운 대학이다. 취학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앞으로 5년 내 전국 대학의 4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이미 전국 주요 대학에 에너지 관련 학과가 다 있고, 대전 카이스트를 비롯해 포항·광주·대구·울산에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5곳이나 있다. 그런데 문재인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기업 팔을 비틀어 억지로 대학을 짓기 시작했다. ‘문재인공대’나 마찬가지다.
이 아집과 오기에 10년간 1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교육부가 올해 전국 257개 대학에 자율 혁신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 예산이 1조2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돈인지 알 수 있다. 보통 대학 설립엔 6년 이상이 걸린다. 허겁지겁 서둘렀지만 그래도 대통령 임기 내 개교에 맞추기 어렵자 여당은 지난해 3월 건물을 짓지 않아도 개교할 수 있도록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그 결과가 허허벌판 위에 한 동짜리 대학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전공대는 이번 입시에서 110명을 모집했다. 2025년 기숙사를 짓기 전까지 리모델링한 골프텔에서 지낸다고 한다. 한전은 지금 부채 총계가 138조원이다. 지금이야 울며 겨자먹기로 지원하고 있지만 곧 문 정권이 끝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대못을 박았다고 좋아할지 모르나 앞으로 이 학생들에 대해 책임질 수 있나. 지역은 물론 나라에도 도움 되는 공약이 많은데 하필 터무니없는 대학 설립 공약을 내걸고 밀어붙인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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