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핵공학과 학생들 “原電 주력전원은 말장난… 학계 이미 큰 상처”
[‘탈원전 반대 운동’ 서울대원자핵공학과 학생 3인 인터뷰]
“文대통령 발언, 탈원전 재확인한것
60년뒤엔 원전 장담 못한다는 뜻
어떤 회사가 이런 산업 뛰어들겠나
부모님은 약사 되라고 권유했지만
‘미래 에너지’ 설득해 대학원 진학”
입력 2022.03.07 03:37
지난 2일 저녁 서울 관악구 서울대 공과대학 건물에서 원자핵공학과 대학원생 구자현(왼쪽부터), 차민수씨와 학부생 곽승민씨가 “원자력이 향후 60여 년간 주력 기저 전원(電源)”이라고 한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대학원생 차민수(25), 구자현(23)씨와 학부생 곽승민(23)씨는 현 정부 출범 전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 2018년 ‘탈원전 반대 운동’이 벌어졌을 때 전국 13개 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전국원자력대학생연합에서 적극 활동했던 학생들이다. 차씨는 이 모임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들은 “원자력이 향후 60여 년간 주력 기저 전원(電源)”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25일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지난 2일 서울대 공대에서 만난 이들은 “문 대통령 발언은 ‘60년 후 원전은 끝난다’는 탈원전 정책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교묘한 말장난으로 국민을 속이려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 60년’이란 말은 그 뒤에는 장담을 못한다는 뜻인데, 어떤 회사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이런 산업에 뛰어들겠냐”면서 “지금부터 서서히 망하라는 얘기와 같다. 원자력 분야에 애정을 가지고 공부한 우리는 속일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탈원전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는 ‘선거용’”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탈원전 선언 여파로 학계와 원전 산업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났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발전소 관련 연구를 하는 학생들이 줄고 연구자들이 위축된 반면, 중국 등 다른 나라는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였다는 것이다. 곽씨는 “원전기술은 발전소를 지어봐야 완성됐다고 말할 수 있는데, 중국은 그동안 이론으로만 알려졌던 신기술을 적용해 차세대인 4세대 원전을 짓고 있고, 벌써 전력 생산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차씨도 “우리가 원전 분야에선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요즘 해외 원자력 관련 학회를 다녀온 친구들은 다른 나라가 빠르게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현재 차씨는 대학원에서 차세대 에너지 중 하나로 꼽히는 ‘핵융합 에너지’를 연구하고, 다른 두 사람은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시스템 관련 연구를 한다.
서울대에 따르면 실제 원자력 관련 전공을 택하는 대학원생이 빠르게 줄고 있다. 원자핵공학과 출신들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연구를 하는데, 원자로 기술의 핵심인 ‘원자로 노심(爐心)’, ‘원자력 시스템’, ‘핵연료’ 등을 주로 연구하는 ‘원자력시스템공학’이 주력이었다. 하지만 이 분야를 전공으로 택하는 대학원 신입생이 2017년 22명에서 작년 13명으로 거의 절반이 됐다. 반대로 원전과 거리가 있는 분야로 환경오염이나 피폭 여파 등에 대해 공부하는 방사선공학 전공자는 2017년 1명에서 작년 9명으로 늘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최근 원자핵공학과 자체적으로 교과과정을 개편해 올해 원전 분야 전공자가 조금 더 늘었지만, 원자력시스템공학 전공 중에서도 원전 개발 관련 핵심인 ‘원자로 노심 설계’ 분야엔 지원자가 3명밖에 없었다”고 했다.
세 학생은 이미 원자력 전공 학생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차씨 부모님은 탈원전 반대 운동을 하는 아들에게 “약학대학 입학 시험을 봐서 약사가 되는 게 낫지 않겠냐”고 권유했다고 한다. 차씨는 “오죽 걱정이 되시면 그런 말씀을 하셨겠느냐”며 “그래도 원자력이 미래를 이끌어 갈 에너지이고, 국가나 과학계에 기여하고 싶다고 설득해서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우리를 ‘정치 집단’으로 매도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학생들이 하루빨리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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