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만점에 4.48... 우리과 수석 졸업은 88세 할아버지”
입력 2022.02.10 03:00
“6·25 때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학업을 마칠 수 있어서 평생소원을 풀었어요.” 88세의 만학도가 평생 바랐던 학사모를 쓴다. 부산 동명대 일본학과 이주형(88)씨가 주인공이다.
동명대학교 일본학과 수석 졸업자 이주형씨
동명대는 9일 “이주형씨가 학과 수석으로 오는 14일 졸업장을 받는다”며 “올해 졸업하는 대학생 중 전국 최고령 졸업자”라고 밝혔다. 이씨는 재학 중 A 학점을 받은 한 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A+ 학점을 받았다. 전체 학점은 4.5 만점에 가까운 4.48이다. 2년 전 대학에 편입학한 이씨는 이날 기자와 만나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과 허전함을 채우고 싶었다”며 “초등학교 때 배운 일본어 실력이 남아 있어 일본학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1934년생으로 강원도 춘천사범학교 4학년(현재의 고1)을 다니던 중 6·25가 발발해 학도병으로 입대하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동명대 측은 “이씨의 사범학교 학력이 인정돼 3학년에 편입한 것”이라고 했다. 86살에 대학 3학년이 된 이씨는 손자뻘 학우들과 어울리며 공부했다. 한 학기에 7~8과목씩 들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또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 화상으로 진행됐다.
이씨는 “나이가 있는지라 강의를 듣고 책을 보면 금방 까먹곤 해 힘들었다”고 했다. 마음을 다잡고 두 번, 세 번 보고 읽었다. 그는 “왼쪽 눈의 녹내장이 악화돼 시야가 좁아지고 불편하긴 했지만 ‘공부하는 즐거움’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고 과제를 컴퓨터로 작성해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는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려고 거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며 “같이 사는 딸(62)이 많이 도와줬다”고 했다.
올해 동명대 일본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는 이주형씨가 9일 자신이 사는 아파트 로비에서 기자와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박주영 기자
이씨는 밤 12시쯤 잠자리에 들어 다음 날 새벽 4시 30분쯤 일어나 1~2시간 책을 읽고 공부했다. 이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합성피혁 제조 회사를 운영 중이다. 그는 매일 회사에 출근했다가 퇴근한 뒤에도 책을 놓지 않았다. 그는 “사범학교 시절 한문 선생님이 잊지 말고 가슴에 새기라고 하신 ‘수불석권(手不釋卷·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뜻)’의 글귀가 제 마음에 각인됐다”며 “6·25전쟁 때도, 이후 폐허가 된 어려운 시절에도, 이번에 공부하면서도 이 글귀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대 학우들은 그를 ‘할아버지’라 불렀다. 이씨는 “정겨운 호칭”이라며 “청춘들과 만나는 것 자체가 흐뭇하고 마음을 더 젊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지도교수인 감영희 학부교양대학 학장은 “이씨는 넘치는 학업 열의와 훌륭한 인품으로 젊은 학우들과도 잘 소통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산책 가기 전 맨손체조로 스트레칭을 한다”며 “이런 것들이 늦은 나이에도 공부를 마칠 수 있었던 건강의 비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슬하에 2남1녀의 자녀를 둔 이씨는 큰아들은 치과 의사, 막내아들은 내과 의사로 키웠다.
이씨는 “코로나 사태가 지나가면 일본 관련 내용을 가르치는 나눔 봉사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명대는 14일 이씨에게 만학도 특별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은 “이씨는 열정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삶을 모두에게 보여줬다”며 “평생 학습의 모범 중 모범”이라고 말했다.
鶴山 ;
열정과 끈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리라고 생각하며, 경의와 축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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