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산업부 ‘원전은 친환경’ 의견, 환경부가 묵살

鶴山 徐 仁 2021. 12. 17. 09:26

산업부 ‘원전은 친환경’ 의견, 환경부가 묵살

 

“녹색 투자 기준 ‘K택소노미’서 원전 제외하면 수출 위축 우려”
환경부에 지난 5월 입장 전달, 그뒤 주요 쟁점으로 논의 안돼
환경부 “폐연료·사고 위험 고려”

 

김은경 기자


입력 2021.12.17 04:34

 

 

사진은 신월성원전 1호기(오른쪽). /월성원자력본부

 

 

환경부가 마련 중인 ‘한국형 녹색 분류 체계’에 원자력발전을 넣을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 나왔으나 묵살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유럽에서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하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탄소 중립 달성을 뒷받침할 ‘무공해 전력’의 하나로 원자력발전을 명시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탈(脫)원전에 집착한 나머지 이 같은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 분류 체계’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과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활동을 분류한 목록이다. ‘K택소노미(taxonomy·분류 체계)’라고도 불린다. 850조원 자산 규모 국민연금 등이 내년부터 K택소노미를 투자 결정에 활용한다. 지난 10월 원전이 제외된 최종안이 나와 연내 확정·공표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4월 30일 환경부는 태양광·풍력·수소 발전 등이 들어가고 원전은 빠진 K택소노미 초안을 만든 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등 관계 기관에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산업부는 5월 “원전은 제외되어 있으나 원전 수출 금융 지원과 관련해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는 공문에서 “원전 외 에너지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원전 사업 특성상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K택소노미에 들어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투자금이 몰리면 원전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경쟁국 대비 원전 수출 정책 지원 의지가 약하다고 오해될 소지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냈다. 이는 전문가들도 우려하는 것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는 원전 수출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정작 국내에서 원전을 녹색에너지 범주에서 빼면 ‘위험하고 깨끗하지 않은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결국 원전 수출과 차세대 원전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크다”고 했다.

 

K택소노미에서 원전이 배제된 이유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원전의 사용 후 폐연료 처리 문제와 사고 위험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원자력의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입증한 전문가 연구 결과가 도출된 상황이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 합동연구센터(JRC)는 “원전의 건강·환경 영향이 재생에너지와 비슷하거나 더 우수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한국·유럽 등이 짓고 있는 3세대 원전은 약 100년 가동 시 생산되는 전력량인 1조kWh(킬로와트시)당 중대 사고로 나올 수 있는 사망자 수가 0.0008명, 2세대 원전은 0.5명으로 분석됐다.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할 경우 태양광은 0.03명, 육상 풍력 0.2명, 해상 풍력 1명 등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원전은 100만kWh당 28t으로, 태양광(85t)의 3분의 1 수준으로 평가됐다. EU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심층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22일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당초 정부는 “EU의 분류체계 진행 상황 등을 반영해 충분하게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했다. 하지만 7개월 넘는 K택소노미 검토 기간 원전은 한 차례도 주요 쟁점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각국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원전은 탄소 배출이 없으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우리에게는 더 많은 재생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또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인 원전, 과도기에는 가스도 필요하다”며 “이것이 우리가 택소노미를 마련하는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