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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후려갈겼다, 경험 못한 펀치 ‘왝플레이션’을 아십니까

鶴山 徐 仁 2021. 11. 18. 19:27

세계경제 후려갈겼다, 경험 못한 펀치 ‘왝플레이션’을 아십니까

 

[WEEKLY BIZ] 팬데믹 이후 ‘뭔가 다른 물가상승’

 

김지섭 기자


입력 2021.11.18 17:05

 

공급망 대란과 유가 급등 영향 등으로 전 세계에 걸쳐 인플레이션이 확산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세계경제에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단골 손님이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번 인플레이션은 과거와는 다른 특징이 여럿 있다. 이 때문에 이 독특한 인플레이션을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용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등장한 ‘왝플레이션’

 

이번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신조어 중 하나가 ‘왝플레이션(whackflation)’이다. ‘세게 후려치다’라는 뜻의 ‘whack(왝)’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세계경제에 잇따라 ‘강펀치’가 날아들면서 그 어떤 인플레이션보다도 갑작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이달 초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가 처음 사용했다.

첫 펀치는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사태다. 팬데믹으로 번지며 수요가 급감하자 겁먹은 기업들은 재고를 늘리지 않으려고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시설 투자를 접으면서 ‘경기 혹한기’에 대비했다. 두 번째 펀치는 백신 보급 등에 힘입은 세계경제의 ‘V’ 자 반등이다. 가파르게 회복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쇼티지(부족)’ 사태가 빚어지며 물가가 치솟았다. 강력한 방역 조치와 큰 폭의 금리 인하, 대규모 보조금 살포도 시장을 뒤흔든 펀치였다. 록다운(경제 봉쇄)으로 돈을 쓸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가 다시 막대한 돈을 시중에 풀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인플레이션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씨티그룹의 저명한 글로벌 시장 전략가 맷 킹은 블룸버그 팟캐스트에 출연해 경제 시스템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수준의 ‘왝’이 가해지면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아가는 원칙이 무너졌고, 물가 예측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킹 전략가는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예견한 보고서를 작성해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그는 “고도의 분업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보니 특정 영역에만 왝이 발생해도 다른 영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극심한 가격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소 채찍 효과(bullwhip effect)’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채찍을 쥔 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채찍 끝의 변화가 매우 커지는 것처럼 소비자 수요가 공급망 위쪽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단계마다 정보가 왜곡돼 수요의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갑작스러운 물가 상승 뒤에 극단적인 가격 하락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가령 중국 내 발전용 석탄 가격은 톤당 1900위안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800위안대로 급락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아닌 ‘슬로플레이션’

 

인플레이션에 느리다는 뜻의 ‘slow(슬로)’를 붙인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이라는 용어도 이번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지는 동시에 소비자물가가 치솟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직 고용 및 소비 지표 등이 대체로 양호한 편이어서 현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인플레이션) 국면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나온 표현이다.

 

실제로 경기 진단에 자주 활용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기선행지수가 작년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16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경기 위축 신호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미국 5.9%, 한국 4.0%로 높은 편이다. 최근 경기 개선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전형적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였던 1970년대의 역(逆)성장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슬로플레이션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서울대 경제학부 안동현 교수는 “슬로플레이션이라 해도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금리를 무리해서 올리거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을 빨리 진행하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 운용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美 인플레 뒤엔 ‘중고차·주거비·인건비’

 

올 하반기 들어 에너지난이 가중되며 전 세계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나라별로도 온도 차가 큰 편이다. 한국은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9년 6개월 만에 3%를 넘어 오름세가 심상치 않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한결 나은 것처럼 보인다. 지난 6월 5%대에 진입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6% 선마저 돌파했다. 1990년 이후 3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3%대인 유로존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도 미국의 상승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선진국 중 유독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전제품, 자동차처럼 일정 기간 사용하는 내구재 물가가 급등한 것을 주요인으로 꼽는다. 공급망 차질에 따른 반도체 부족으로 내구재 중에서도 중고차 값이 급등했는데,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4분기~올해 1분기 10% 안팎에 머물던 중고차 가격 상승률은 지난 6월 45%까지 치솟았다. 이와 함께 극심한 인력난 속에 인건비가 크게 오르고, 집값 상승으로 인한 주거비 급등까지 겹치면서 전체 물가가 요동쳤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같은 인력난과 전반적인 임금 상승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탄탄한 제조업 기반 덕분에 미국과 같은 극심한 공급난도 덜한 편이다.

통계 작성 방법의 차이도 한미 간 물가 온도 차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중고차가 물가 항목에서 아예 빠져 있고, 소비자물가 중 주거비 비중도 매우 낮은 편이다. 나라마다 물가 통계를 작성할 때 항목별 가중치를 다르게 정하는데, 전체 소비자물가 중 주거비 비중이 미국은 32%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9%에 불과하다. 또 미국과 달리 한국은 집값 상승분을 주거비에 반영하지 않는다. 집 사는 데 쓴 돈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지금보다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3% 넘는 물가 상승률도 다소 과소 평가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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