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표만 되면 정책 돌변, 정권 ‘세금 정치’ 어디까지 가나
조선일보
입력 2021.11.16 03:26
올해분 종합부동산세 고지를 앞두고 '세금 폭탄'에 대한 불만이 대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 민주당이 1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방안을 급히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무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는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올해분 종합부동산세 고지를 앞두고 민주당이 갑자기 1주택자 양도소득세 면제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당론만 정해놓고 입법엔 소극적이었는데 종부세 민심이 심상치 않자 급히 양도세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작년보다 10만명 많은 76만5000명에 이르고 납부액도 60%나 늘어난다. 민주당은 내년 초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위해 올해 추가 세수 10조원을 내년으로 넘기는 ‘꼼수’도 추진하고 있다. 법에도 없는 사상 초유의 ‘세금 납부 유예’를 들고 나와 논란을 일으켰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세금 문제를 면밀한 검토 없이 선거 논리에 따라 즉흥적으로 던진다. 세금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도 내년부터 시행될 가상 화폐 과세를 1년 유예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2030 세대의 표심을 얻으려는 선거 포석임이 뻔하다. 이 후보는 모든 토지에 매년 세금을 물리는 국토보유세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상위 10%가 아닌데도 반대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도 했다. 국민을 90%대 10%로 갈라서 대립시키는 것이다.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상속세 개편은 계속 외면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25년째 그대로인 상속제 공제 한도(10억원) 상향 조정 등의 개선안을 건의했으나 기재부는 이런 내용은 빼고 “상속세 세율을 낮추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표가 적은 소수나 비(非)지지층에겐 세금을 더 물리고 지지층과 표 많은 다수에겐 ‘면세’로 영합하는 것이다.
세금 정치는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계속돼왔다. 주택임대 사업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하더니 집값이 급등하자 이들을 투기꾼으로 매도하면서 세제 혜택을 하루 아침에 폐지해 버렸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과세 기본 원칙을 깨고, 고소득층과 대기업만을 겨냥한 증세로 일관해 왔다. 기준은 오직 하나, 어느 쪽이 표가 많으냐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44%에서 49.5%로 올린 결과 상위 1% 고소득 근로자가 전체 소득세의 41%를 내는 반면 근로자 10명 중 4명은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고 있다. 심각한 비정상이다.
세금 정치와 포퓰리즘이 합쳐지면서 문 정부 5년간 국가 채무가 400조원 이상 급증했다. 반성은커녕 재집권을 위해 더 심한 ‘세금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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