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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태평로] 박범계, 法無장관인가

鶴山 徐 仁 2021. 11. 8. 18:56

[태평로] 박범계, 法無장관인가

 

의혹만 있는 ‘원전 고발 사주’
野후보 겨냥해 대검에 감찰 지시
자기 정치 위해 행사 취재 강요
법무장관의 정치가 검찰 망친다

 

최원규 사회부장


입력 2021.11.08 03:00

 

박범계 법무장관을 처음 본 건 노무현 정권 시절 그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할 때였다. 사석에서 만났는데 판사 출신인 그가 말하던 사법 개혁에 대한 소신은 꽤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장관이 된 그에게선 그 모습을 찾기 어렵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법무장관인데도 지난 2월 스스로 “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말한 대로 정치인 모습만 보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1 법무보호복지의 날 정부포상 전수식'에서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1.03. /뉴시스

 

 

그는 지난달 13일 출근길에 이른바 ‘월성 원전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조사하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이 ‘지난해 야당이 검찰 사주를 받아 월성 원전 사건 고발장을 제출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한 지 8일 만이었다. 이후 대검 감찰부는 법무부 지시를 받아 이 사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속전속결이다. 당시 월성 원전 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한 사람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박 장관이 왜 이러는지는 뻔하다.

 

아직 이 의혹에 대한 구체적 단서나 정황은 나온 게 없다. 과거 법무장관들은 수사 중이거나 기소한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아도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언급을 삼갔다. 피의 사실 공표 소지도 있고, 수사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박 장관은 흐릿한 의혹 제기를 무슨 구체적 혐의라도 있는 양 말했다. 윤 전 총장 흠집 내기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대선 개입 소지가 다분하고,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 8월엔 법무부가 무장 조직 탈레반을 피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자리를 옮겨 박 장관의 ‘인형 전달식’을 촬영해달라고 요구한 일이 있었다. 법무부 직원은 그 취재에 응하지 않으면 “공항 취재를 허가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 승강이가 이어지자 외교부 직원이 중재에 나서 일부 취재진이 박 장관의 인형 전달식을 촬영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박 장관은 공포와 불안 속에서 11시간 동안 비행한 이들을 멈춰 세우고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이다.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했다. 점잖게 말하면 자기 정치를 한 것이고, 조금 심하게 말하면 아프간인들을 불필요한 행사에 동원해 원활한 출입국 업무를 방해한 것이다. 전임 추미애 장관이 설 연휴 때 소년원을 찾아 재소자들에게 세배 받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공개한 일을 연상케 한다.

 

지난 6월 박 장관은 검찰 인사에서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 무마’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자 문재인 대통령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켰다. 그 후임엔 자신의 고교 후배를 앉혔다. 그 인사에서 친정권 성향 검사들은 요직을 차지했고,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했던 검사들은 좌천됐다. 그래놓고 박 장관은 그 인사에 “사적인 것은 단 1g도 고려되지 않았다”고 했다. 너무 뻔뻔한 궤변이다. 법무비서관 시절의 그였다면 그런 말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지, 오랜 정치인 생활로 때가 묻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런 정치 행위로 법무부와 검찰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는 것이다. 이 정권은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하겠다고 했다. 검사들이 법무부를 장악해 법무부와 검찰이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생기는 문제를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국, 추미애, 박범계 장관으로 이어지면서 법무부는 오히려 ‘정치화’됐다. 이 개악(改惡)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그들과 이 정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