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에 욕쟁이 탤런트까지… 후원회장을 보면 후보가 보인다?
[아무튼 주말]
대선 후보의 동반자, 후원회장을 둘러싼 방정식
입력 2021.08.21 03:00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후원회장을 찾았다. 눈에 들어온 사람은 안철수 당시 안철수연구소 대표. 40대 초반 성공한 벤처기업 CEO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여권 인사는 “노무현이 내건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모토와 가장 부합했던 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 후보는 안 대표를 정치로 끌어들일 때 발생할 수 있는 우려 등을 고려해 생각을 접었다.
2002년 12월 한 대선후보의 선거 유세 현장./조선일보DB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후원회장을 찾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치자금법 3조 7호에 따르면 ‘후원회’는 정치자금의 기부를 목적으로 설립·운영되는 단체다. 이 의미에 따르면 대선 후보 후원회장은 대선 캠프에 정치자금이 보다 많이 모이도록 이끌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대선에 이름을 올린 후원회장들은 다소 거리가 있다. ‘모금 능력’보다 이른바 ‘후광 효과’가 주요 선택 기준인 탓.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인물 중심으로 흘러가는 한국 선거판의 독특한 현상”이라며 “후보자를 둘러싼 인물이 누구인지, 누구와 친한지에 따라 무당층이나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주다 보니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하면 안정적, 약하면 보완하는 인물 골라라?
후원회장은 대선 후보의 지지도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지지도가 높고 강력한 후보는 안정감을 주거나 무난한 인사를 후원회장으로 고른다. 2007년 대선에 나선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대표적. 당시 두 후보는 누구든 당의 후보가 되면 대통령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세가 탄탄했다.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도 이 후보는 대학 동창인 송정호 전 법무장관에게, 박 후보는 남덕우 전 총리에게 후원회장직을 맡겼다. 당시 여권 관계자는 “대선 후보가 인기가 높으면 후원회장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니 무난한 인물이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반대로 후보가 약한 인물이거나 많은 약점에 노출된 경우 이를 보완할 인물을 후원회장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선처럼 독보적인 후보가 보이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했다. 강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사상 첫 여성 법무장관을 지낸 친노(親盧) 인사. 이 지사가 친문 세력의 집중 견제를 받는 점 등을 고려한 선택이다. 강 전 장관은 본지 통화에서 “(이 지사의) 요청이 있어서 고민하다가 맡았다. 이 지사는 소액 기부가 많아서 후원회장의 기여 정도가 크지는 않지만, 후원회 자금을 운용하면서 결정할 일이 있으니까 그런 것을 도와준다”고 말했다.
이낙연 후보는 경북 의성 출신인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에게 후원회장을 맡겼다. 김 위원장은 경선후보 후원회장, 송 신부는 예비후보 후원회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후보 측은 “후보가 호남 출신이다 보니 전략적으로 영남 출신인 김사열 위원장을 모셨고, 송기인 신부님은 문 대통령과 특별한 친분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후보는 이른바 ‘욕’으로 시원함을 주는 탤런트 김수미씨를 후원회장으로 선택했다. 정 후보가 가진 신중하고 점잖은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는 인물인 점이 고려됐다. 정 후보 측은 “후보가 총리와 국회의장까지 지내며 누구보다 경력이 화려하다 보니 정치적 상징성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먼저 모셨는데’… 상대 후보 겨냥하기도
개인적 인연을 앞세우는 경우도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황준국 전 주영 대사를 후원회장으로 위촉했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두 분이 평소 안면이 있던 사이”라며 “공직자로서 보여준 국가관과 활동에 뜻을 같이해 후원회장 영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경우 자신이 업어서 하교시킨 50년 지기 강명훈 변호사를 후원회장으로 선임했고, 민주당 박용진 후보는 뉴질랜드에서 건너와 40년간 빈민운동가로 활동한 안광훈(80) 신부를 위촉했다. 안광훈 신부는 박 후보와 2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온 인물이다.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의 경우 아내 이순삼씨를 후원회장으로 등록시켰다. 홍 후보 측은 “평생 아내가 후보를 도왔고, 아내가 당당하게 선거 운동에 나서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내의 과거가 논란이 된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선택이란 해석도 나온다
후원회장 영입을 놓고 후보 간 미묘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송기인 신부는 민주당 이낙연·김두관 두 후보 모두 후원회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김 후보 측은 “우리가 일찌감치 송기인 신부를 후원회장으로 요청했고, 이 후보 캠프가 (송 신부를) 명예 후원회장으로 위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우리가 발표하려고 예정했던 하루 전날 이 후보 측이 송 신부를 공동후원회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하면서 붕 떴다”며 불쾌해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한 분이 여러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을 수도 있다. (송 신부는) 특정 후보가 아닌 진영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활동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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