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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만물상] 문 정권의 두 상왕

鶴山 徐 仁 2021. 8. 22. 11:32

[만물상] 문 정권의 두 상왕

 

최승현 논설위원


입력 2021.08.21 03:18

 

 

이해찬 더불어 민주당 전 대표, 방송인 김어준

 

 

생존한 상태에서 왕좌를 내주고 퇴임한 임금을 상왕(上王)이라고 한다. 춘추전국시대 조(趙)나라 무령왕(武靈王)이 중국 역사에 기록된 첫 상왕으로 알려져 있다. 후궁이 낳은 아들 혜문왕(惠文王)을 12세에 즉위시키고 자신을 ‘주부(主父)’라 부르게 하면서 실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난데없이 “나라를 둘로 나눠 장남도 왕위에 오르게 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고 실제로 장남의 반란까지 벌어지자 혜문왕 측근들에게 포위돼 성 안에서 굶어 죽었다.

 

▶요즘은 역사서보다 정치 뉴스에서 이 단어를 더 자주 접한다. 공식 직함 없이 국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상왕’에 빗댄다. ‘상왕 정치’ 모델도 중국 현대사에서 찾을 수 있다. 덩샤오핑은 85세이던 1989년 장쩌민을 총서기로 발탁했고 이후 모든 공직에서 사임했다. 하지만 일반 공산당원 신분으로 상하이 등 경제특구를 돌며 개방 정책 추진을 강조하는 ‘남순강화(南巡講和)’ 행보로 국정을 주도했고 장쩌민 후계자로 후진타오를 낙점하기까지 했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국내 정치에서 가장 많이 ‘상왕’ 소리를 들은 인사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일 것이다. 2012년 총선 때 상임고문이었던 이 전 대표가 막말 논란을 빚은 ‘나꼼수’ 김용민씨에게 사퇴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너나 사퇴해라. 상왕 정치인아” 등 ‘나꼼수’ 지지자들 비판을 받았다. 2017년 대선 때는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해찬 의원이 상왕이 된다”고 공격했다.

 

▶2020년 후배들에게서 ’거인’ ‘조용필’ 등의 찬사를 받으며 정치 은퇴식을 가졌던 그가, 이낙연 전 대표 측과 경기관광공사로 내정됐던 음식 평론가 황교익씨 사이에서 벌어진 ‘친일 공방’을 중재했다. 이해찬 전 대표가 19일 “황씨는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한 분으로 원로인 내가 위로 드린다”고 하자 양측이 한발씩 물러섰다. 당초 “대통령 할아비가 와도 안 물러난다”던 황씨는 “이 전 대표 위로에 울컥했다”며 사퇴 입장을 밝혔다. 네티즌들은 “이해찬이 대통령 증조할아버지냐”고 했다.

 

▶그런데 진짜 ‘상왕’은 따로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나꼼수’ 출신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가 “‘황교익 리스크’는 용단이 필요하다” “이낙연 캠프가 황씨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한 것이 결정적이었고, 이 전 대표는 거기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것이다. 실제 김어준씨가 방송에서 말한 대로 여당 정치인들이 움직이는 경우를 본 것이 한두 차례가 아니다. 이해찬과 김어준은 이 정권의 두 상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