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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기록 제조기’ 타이틀 빼앗긴 한국 반도체, 진짜 위기다

鶴山 徐 仁 2021. 6. 8. 11:00

[사설] 반도체 ‘기록 제조기’ 타이틀 빼앗긴 한국 반도체, 진짜 위기다

조선일보


입력 2021.06.08 03:26

 

 

 

미국이 반도체가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보고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대만 TSMC가 여기에 적극 공조하고 있고,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총수가 감옥에 갇혀 주요 의사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4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D램을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생산 중인 15나노 D램보다 더 앞선 제품이다. 마이크론은 작년 11월엔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 양산을 발표해 반도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분야인 D램과 낸드의 최첨단 경쟁에서 모두 뒤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20년 가까이 지켜온 메모리 세계 최강국 지위가 반도체 종주국인 미국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1994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256M D램을 개발한 이후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관한 한 세계 최초, 최고 집적도 개발의 선두로 군림해 왔다. 1996년 1기가 D램, 2001년 1기가 플래시, 2007년 64기가 D램, 2019년 128단 낸드 등 메모리 용량이 매년 2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앞장서 구현해 왔다. 그 결과 D램은 70%, 낸드는 45%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압도적 1위로 자리 잡았다. 주문형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분야의 대만 TSMC와 함께 반도체 공급망의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그런데 인공지능·자율주행·5G 등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미국의 ‘반도체 동맹’ 전략이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뿌리째 뒤흔들기 시작했다. 앞으론 범용 반도체보다 주문형 반도체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2년 전 삼성전자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를 키우겠다며 133조원을 투자하는 10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반면 대만 TSMC의 지배력은 더 공고해지고 있다. 지난해 25%나 성장한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4%로 치솟아 사상 최고를 갈아치운 반면 삼성전자는 17%로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여기에다 마이크론의 강력한 도전으로 메모리 분야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삼성의 D램 점유율은 2016년 47%에서 2020년 42%로 떨어진 반면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23%에서 26%로 올랐다.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률은 18%로 마이크론(20%)에 역전당했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마이크론의 메모리 시장 지배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TSMC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 6곳 증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동맹 전략에 적극적으로 올라타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내 공장 건설 계획을 아직도 확정짓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30년 전 반도체 패권을 한국에 빼앗긴 일본까지 대만 TSMC와 손을 잡고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런 전방위적 위기 상황에서 삼성의 총수는 감옥에 갇혀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이 반도체 전략 수립과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세계를 다니며 반도체 전쟁을 지휘해야 할 그의 손발을 묶어 놓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자해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