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7개월 연속 수출 급증에도 고용은 알바만 느는 현실
동아일보 입력 2021-06-02 00:00수정 2021-06-02 08:55
1일 오전 부산항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수출액이 507억3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6% 증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1988년 52.6% 증가한 이래 32년 9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라고 한다. 이를 반영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5월 31일(현지 시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두 달 만에 0.5%포인트 올려 3.8%로 조정했다. 하지만 고용 부문에서는 ‘관제 알바’만 늘고 경제 허리인 30, 40대 일자리가 계속 줄고 있는 실정이다. 핵심 근로계층이 고용시장에서 소외되는 구조적 모순이 고착화할 우려가 커졌다고 봐야 한다.
수출액은 7개월 연속 증가했는데 두 달 연속 증가율이 40%를 넘기는 사상 처음이다. 이런 성과는 고용 지표에도 반영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청장년 고용 사정은 나빠졌다. 기업 평가 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09개 대기업의 정규직 수는 1만1710명 감소했다. 4월 취업자가 소폭 늘었지만 30, 40대 일자리는 감소했고, 청년 실업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기업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7년 동안 해외에 설립된 법인 수는 2만2000개를 넘었지만,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84곳에 불과했다. 국내 간판 기업들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 기간 동안 44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발표했다. 글로벌 전략에 따른 결정이지만 국내 일자리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2014년부터 일명 ‘유턴법’을 시행하며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국내 복귀에 나섰다. 하지만 지원 방안은 국유지 임대에 편의를 봐주고 일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 높은 수준의 법인세와 노동, 환경 규제가 여전한데 지원책 몇 가지로 기업이 돌아오긴 쉽지 않다. 전경련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매출 상위 기업 1000곳 가운데 국내 복귀에 관심 있는 기업이 3%에 불과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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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에 따르면 고용보험 적자가 향후 5년간 19조 원에 육박한다. 실업급여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를 늘리면서 고용할 여건을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자리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선심성 현금을 뿌리는 데 들이는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일자리 창출에 쏟는다면, 고용 문제가 지금보단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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