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물쭈물 참여 시기 놓친 쿼드, 사드 사태 닮아가고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21.04.27 03:26 | 수정 2021.04.27 03:26
<YONHAP PHOTO-0063> 화상으로 쿼드 정상회의 참여한 바이든 (워싱턴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둘째) 국무장관과 함께 화상으로 진행된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스크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국 협의체다. sungok@yna.co.kr/2021-03-13 10:40:56/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중국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에 한국이 참여할 것인지 수차례 물었다고 한다.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일본·인도·호주 4국의 안보 협의체다. 미국은 한국·필리핀·베트남 등 다른 나라들도 참여시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하려 한다. 최근엔 “한국과 쿼드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해 왔고 참여를 언제든 환영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공식 참여 요청이 없었다”며 답을 피해왔다. 그러자 중국이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쿼드에 참여하지 말라고 본격적인 압박을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중국에도 “참여 요청이 없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한 채 미·중 양쪽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놓고 2년 넘게 미적거리다 문제를 키운 전철을 다시 밟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미국은 2014년 북한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속 낙하하는 노동급 이상 탄도 미사일을 가장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수단은 그때나 지금이나 사드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우유부단하게 2년이나 결정을 미뤘다. 북핵 미사일 발전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뒤인 2016년 7월 쫓기듯이 사드 배치를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은 한국이 기만 행위를 했다며 대대적 경제 보복에 나섰다.
사드는 북의 핵미사일을 막을 최후의 수단이다. 초기에 사드를 주도적으로 배치했으면 파문이 그처럼 커질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중국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룬 탓에 스스로 약점을 잡혀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 문재인 정권은 한 술 더 떠 사드를 배척하더니 중국에 ‘3불(不) 약속’으로 군사 주권까지 내줬다.
쿼드가 구체화된 것은 2017년이다. 우리는 한미 동맹을 안보의 근간으로 삼고 있고 미국과 자유 민주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의 여야가 함께 중국 견제를 국가 전략 노선으로 확정한 이상 우리가 이를 회피할 수만은 없다. 잘못하면 미국 주도의 안보·경제 동맹 네트워크에서 빠져 국제적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외교에서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편들 수는 없다. 하지만 우선순위와 선택은 필요하다. 쿼드 구체화 초기에 미국과 보조를 맞췄으면 이렇게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을 미루다 이미 실기(失機)했다.
최근 쿼드 정상회의에서 나온 원칙은 ‘자유민주주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등 우리도 동의할 수 있는 가치들이다. 단순한 안보협의체가 아니라 첨단 기술과 백신 등 경제·사회적 협력 네트워크로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나 생명과 직결된 것이다. 필리핀·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들도 참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르면 연내에 쿼드 플러스가 추진될 수도 있다. 다른 나라들과 함께 참여한다면 중국이 우리를 제재하거나 보복할 명분이 떨어진다. 사드 때는 일방적으로 당했지만 지금은 우리를 도와줄 파트너 국가들이 여럿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내려야 할 결정이 있고, 짊어져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 대통령과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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