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이 광적인 與 선거운동
조선일보
입력 2021.04.06 03:24 | 수정 2021.04.06 03:24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왼쪽) 서울시장 후보와 방송인 김어준씨./김어준의 뉴스공장 페이스북
TBS교통방송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5일 방송 시간 내내 4·7 보궐선거에 출마한 야당 후보들에 대한 일방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제보자들을 잇달아 출연시켰다. 야당 측 반론도 없이 약 1시간 반 동안 익명의 제보자들을 앞세워 야당 후보들을 공격한 것이다.
익명의 식당 주인은 지난 2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2005년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왔다가 자기 집에 들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4일 전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선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말을 바꿔 16년 전 오 후보의 옷차림까지 기억해내며 식당에 왔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렇다면 주장의 진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 ‘뉴스공장’은 5일 다시 식당 주인과 아들까지 출연시켜 “오 후보가 왔었다”는 주장을 내보냈다. 사실이 아니라는 야당 측 반론은 무시하다시피 한다.
이날 ‘뉴스공장’은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공격하는 제보자들도 출연시켰다. 또 박 후보가 특혜 분양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관계자도 등장시켰다. 모두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익명을 앞세워 90분 분량의 방송을 거의 야당 후보 공격으로 채워 넣은 것이다. 여당 선거운동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못할 것이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뉴스공장’은 매시간 야당 후보 공격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 왔다. 여당 후보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다. 방송이 아니라 대놓고 여당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다. TBS는 시민 세금이 전체 세입의 70%로 한 해 350억원이나 된다. 세금 지원이 없는 일반 방송도 이런 편파 방송을 하면 안 되는데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이 어떻게 이런 여당 선거운동을 하나.
KBS도 오 후보를 비난하는 관련 뉴스를 네 차례나 보도했다. MBC도 국회 조형물 납품, 레스토랑 운영 특혜 등 국회사무총장 시절 박 후보 관련 의혹을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정권 방송이 야당 후보 의혹을 보도하면 여권이 받아 고발하는 등 공세를 펼친다. 사기꾼의 제보를 받아 방송이 먼저 보도한 뒤 여권이 의혹을 키우는 ‘채널A 사건’ 방식 그대로다. 과거 김대업이 야당 대선 후보를 허위로 공격할 때 MBC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를 보도해 ‘광(狂)적인 방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 정권 방송들의 행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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