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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 갑부 공직자 양산하는 ‘투기 공화국’

鶴山 徐 仁 2021. 3. 27. 12:44

[사설] 부동산 갑부 공직자 양산하는 ‘투기 공화국’

 

[중앙선데이] 입력 2021.03.27 00:21 | 729호 34면 지면보기


정부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지난 25일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의 2020년 재산 변동 신고자 중에서 공개 대상인 1885명의 신고 내용을 관보에 공개했다. 같은 날 입법부와 사법부 윤리위원회도 고위직의 재산 신고 내용을 발표했다.
 

정부 고위직 51% 본인·가족 땅 소유
24%는 집·공직 모두 지킨 다주택자
투기 색출하고 관련 이익 추징해야

 

코로나19 원년이던 지난해 고위 공직자의 재산 변동 내용을 살펴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행정부의 경우 정무직과 1급 이상 등 고위 공무원 759명 중 과반이 넘는 388명(51%)이 본인과 가족 명의의 토지재산이 있다고 신고했다. 특히 17명(2.2%)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가 터진 3기 신도시 관련 지역의 토지를 갖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더 거세게 불어닥친 부동산 광풍 와중에 고위 공직자들의 ‘땅 테크’가 만연했다는 방증 아닌가.
 
지난해 7월 당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6·17 부동산 대책이 역풍을 일으키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다주택 보유 고위직들에 1주택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번에 뚜껑을 열어 보니 중앙 부처 고위 공직자 중에 다주택자는 184명(24.2%)이나 됐고, 이들 중 40명(5.3%)은 여전히 3채 이상을 보유했다.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회 의원, 공직 유관 단체 임원, 시·도 교육감 등은 다주택 처분 소동 와중에도 대부분 집(부동산)과 직(자리)을 모두 지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주택 현상은 국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재산 공개 대상 국회의원 298명(국무위원 이인영·전해철 제외) 중에 49명이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2채 이상의 주거용 부동산을 보유한 다주택자였다. 3주택자 의원도 3명이나 됐고, 서울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한 의원은 48명이었다.
 
행정부 고위 공직자 1885명의 1인당 평균 재산은 14억 1297만원으로 지난 1년 동안 평균 1억 3112만원이 늘었다. 물론 공직자라는 이유로 재산을 불리지 말라는 법은 없고, 단순히 재산이 많다고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LH 관련 3기 신도시 투기 사태가 터진 마당에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재테크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편치 않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명을 돌파하고 중산층과 서민 경제가 붕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권력과 재력을 동시에 거머쥔 ‘고위직 갑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신도시 등 고급 정보를 취급하고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관련 재산 증식에 대해서는 투기가 없었는지, 공직을 재산 증식 수단으로 악용했는지 규명이 필요하다. 행정부·입법부·사법부 별로 설치된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불성실 신고 여부를 사후에라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재산 누락 등 불성실 신고자에게 경고·징계요구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솜방망이 조치가 아니라 실질적인 제재 효과가 생길 만큼 불이익을 줘야 한다.
 
정치 논란에 휘둘리면서 급속히 약화한 검찰과 감사원의 사정 기능을 정상화해 공직 기강도 다시 세워야 한다. 공직을 이용한 투기 행위가 적발되면 공직에서 영원히 추방되고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분위기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해 상충 방지 장치를 손질하고, 투기 등에 따른 부당 이득을 끝까지 환수하는 제도도 시급하다. 그런데 국회가 지난 24일 투기·부패 방지를 위해 공직자윤리법 등 3개 법안을 의결하면서 공직자의 투기 이익을 몰수·추징하는 조항의 소급 적용을 배제한 것은 유감스럽다.
 
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 한탕주의와 사행 심리가 독버섯처럼 번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부동산 대책을 25차례나 내고도 집값을 잡지 못해서야 공직이든 민간이든 부동산 투기 근절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