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입력 2020-08-08 00:00 수정 2020-08-08 00:00
법무부가 어제 단행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한마디로 검찰 지휘부를 정권이 완전히 장악한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7개월 전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측근 대부분을 지방으로 보내 수족을 잘라낸 데 이어, 이번에는 대검찰청 차장을 비롯한 요직을 현 정권과 가까운 검찰 간부들로 대부분 채웠다. 윤 총장을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매려는 의도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대검 차장으로 승진한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고, 유임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낸 바 있다. 이 지검장 휘하에 있던 서울중앙지검 1, 3차장이 전국 주요 사건을 지휘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각각 승진해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검증된 ‘이성윤 라인’이 대검을 접수했다는 말도 나온다. 총지휘부인 대검은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진 윤 총장 대신 실세 차장이 장악하고, 중요 사건 수사는 이 지검장이 진두지휘하는 체제를 갖춘 것이다.
이번 인사가 검찰 내부에 던진 메시지는 정권이 연루된 수사를 열심히 하면 가차 없이 한직으로 내치고, 정권의 입맛대로 잘 따르면 노른자위 자리로 출세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같은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는 이제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을 검찰 조직 전체에 분명하게 전달한 셈이다. 조 전 장관 수사를 ‘검찰 쿠데타’로 규정하고 있는 여권이 이른바 쿠데타 가담 인사들을 응징하는 식의 인사가 이뤄졌다고도 할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앞으로 권력층 비리 수사는 물론 여권이 연루돼 있는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말들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철저하게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요직을 채운 것은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공공수사부장 등 이른바 ‘빅4’로 불리는 핵심 요직을 1월 인사에 이어 이번에도 특정 지역 출신이 모두 차지해 출신 지역과 전문 분야 등을 고려해 안배하던 인사원칙도 완전히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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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면에서도 법무부가 검찰청법 규정에 따라 윤 총장의 의견을 들었다고는 하지만, 검사장 승진자 추천만 받았을 뿐 보직 이동에 대한 의견은 듣지 않아 요식 절차에 그쳤다. 검찰의 권력층 비리 수사를 무력화시키고 권력에 굴종시키려는 인사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정권의 위기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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