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력 2020.08.01 03:16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최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의 반대로 '12·16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이 통과되지 못한 후유증이 지금의 시장 과열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 법안이 '요술 방망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토록 시급했다면 범여권이 패스트트랙까지 해가며 통과시킨 선거법·공수처법처럼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 이제 와서 야당 탓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단골 메뉴인 '전(前) 정부 탓'도 끊이지 않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박정희 개발 독재 시대 이래 부패 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땅장사를 했다"면서,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 국토부가 만든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과거 여론조사 자료를 보면 국민의 '부동산 욕망'은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불타올랐다. 한국갤럽의 2001년 조사에선 '가장 유리한 재테크 방법'으로 은행 적금(59%)이 부동산(26%)을 압도했지만, 노무현 정부 후반인 2006년 조사에선 부동산(54%)이 은행 적금(28%)을 크게 앞섰다. 노무현 정부 들어 집값 폭등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다. 부동산 선호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말에 38%로 줄었다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8년 초에 다시 49%로 상승했고 최근 55%로 더 높아졌다.
여권의 '언론 탓'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자마자 언론에서 안 된다고 하면 제대로 먹힐 리 없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의 '서울은 천박한 도시' 발언과 관련해 민주당은 "언론이 앞뒤 문맥을 생략한 채 문제 삼았다"고 했다. 진성준 의원은 "(정부 정책으로도) 부동산 가격 안 떨어진다"는 발언이 논란을 빚자 "왜곡 보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여권이 '남 탓'을 하는 동안 민심은 등을 돌리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며 꺼내 든 천도(遷都) 카드에 대한 시선도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수도 이전 찬성은 7월 17~18일 민주당 자체 조사에선 62%였지만 24일 54%(리얼미터 조사), 24~25일 49%(SBS 조사), 28~30일 42%(갤럽 조사) 등 약 열흘 사이에 20%포인트나 떨어졌다. 수도 이전이 국가 균형 발전보다는 부동산 실정을 덮기 위한 면피용이란 여론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직 개발 전문가 존 밀러가 쓴 책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에선 "바보들의 대표적 증상은 남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라며 "무언가를 하기는커녕 핑계와 무책임으로 일관한다"고 했다. 그는 "국가 지도자들이 갈등의 원죄를 덮어씌우는 것은 국가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여권의 국정 책임자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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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31/20200731039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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