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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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니스트
입력 2020.07.28 03:20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바람은 어디로 불 것인가
기고만장한 집권 세력 강타하고 레임덕 겹치면 야권의 도전은 어쩌면 앞당겨질 수도
김대중 칼럼니스트
마침내 '광풍(狂風)'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그것도 현직 검사장 입에서 나왔다. 채널A 기자의 강요 미수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맡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은 2020년 7월을 광풍의 시기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기획된 공작(工作)의 피해자'라고 했다.
지금 이 나라엔 코로나19의 병풍(病風)과 정치 광풍이 함께 불고 있다. 정치 광풍은 4·15 총선을 계기로 극대화하기 시작했다. 선거에서 이기더니 집권 세력은 기고만장해졌다. 권력 측에 불리한 모든 정치적, 형사적 쟁점을 일거에 묵살하거나 묻어버리려 하고 있다. '미친 바람'은 국민의 살림살이에도 불었다. 국민 경제의 미래는 어두워졌고 실물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시장의 '자살'과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 권력자들의 성적(性的) 일탈이 광풍 위에 폭풍을 몰고 왔다. 박원순씨의 이른바 '자살'은 누군가의, 어딘가의 방조 혹은 방호로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시민 천만 명의 시장인 고위 공직자가 어디서 어떻게 무엇으로 '자살'했는지 현장이 밝혀지지 않은 나라는 아마도 전 세계에 없을 것이다. 무엇이 두려워 이런 것을 감추려 하는가? 이 문제는 집권 세력의 차기 대권 구도와 맞물려 또 다른 추행을 낳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이틀 만에 거짓말처럼 그 말을 뒤집었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다. 이 지사는 친문 세력에 '폭행'당한 것이다.
집값 파동은 집권 세력의 기고만장 중 최고 작품(?)이다. 이념 지향적인 아마추어들이 집값을 주무르다가 동티가 난 것이다. 제 집 마련 꿈을 접어야 하는 수많은 젊은 세대가 한탄하고 있다. 급기야 '나라가 네 거냐'는 조롱 섞인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집권당은 그린벨트 해제다, 군용지 징발이다, 호들갑을 떨더니 급기야 이미 위헌 판정이 난 세종시 '천도'를 들고나왔다. 여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비난을 호도하는 연막작전으로, 왝 더 독(꼬리가 개를 흔드는)의 전형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감이다. 그의 존재감은 지난 몇 개월의 광풍 속에서 현저히 희미해졌다. 일부 비판론자는 문 대통령이 입이 있는가 없는가 묻더니 이제는 대통령이 있는지 없는지 묻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그의 국정(國政) 장악력은 부정이 긍정을 앞서기 시작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국정이라는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있기는 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 과거 야당의 대표 시절, 후보 시절 그리고 취임 직후 했던 상식적이고 긍정적이고 법률가다운 발언은 이제 거의 정반대로 뒤집어졌다. 비판론자들은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그는 그런 '거짓말'을 의도적으로 할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런 그의 언급이나 약속이 그의 부하들, 그의 조직 세력에 의해 하나둘씩 반대로 뒤집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는 좌파의 운전석에서 밀려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의 뒤에는 좌파 정치를 이끄는 '라운드 테이블'이 있고 이들이 광풍을 이끌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신임 통일부 장관이 이 나라의 국부는 이승만이 아니라 김구라고 거침없이 말하고, 백선엽 장군의 영결식을 대통령이 외면하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 발언을 뒤집는 등의 일은 어쩌면 이미 그의 의도와는 별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이 일련의 광풍이 휘몰아가는 방향을 보면 결국 문 대통령의 레임덕과 연결돼 있다. 좌파 세력은 레임덕에 들어선 문 대통령을 제치고 자기들의 장기 또는 영구 집권을 위한 집단적 '세상 바꾸기' 작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이제 그들 눈에는 보이는 것이 없고 걸리적거리는 것은 가차 없이 제거하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정치 일정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광풍이 어느 쪽으로 불지가 관건이다. 이 두 선거에는 대통령 선거에 버금가는 의미까지 얹혀 있다. 지금의 광풍이 역풍을 일으켜 기고만장했던 집권 세력을 강타하고 레임덕이라는 상수(常數)가 겹치면 야권의 도전은 어쩌면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새로운 야당이 누구를 내세워 어떤 과정을 거쳐 서울과 부산의 선거에 임하는가에 따라 광풍의 운명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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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7/20200727039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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