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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이 만난 사람] "文 대통령 말은 늘 空虛, 구체성 떨어져… 어제 말과 오늘 말도 달라"

鶴山 徐 仁 2019. 10. 21. 14:58


[최보식이 만난 사람] "文 대통령 말은 늘 空虛, 구체성 떨어져… 어제 말과 오늘 말도 달라"

조선일보

입력 2019.10.21 03:13 | 수정 2019.10.21 09:07

['김정은이 만든 한국대통령' 출간한… 리소데쓰(李相哲) 류코쿠대학 교수]
'종전 선언 일단 해주고 북한 잘못하면 파기하면 된다'는 발언…
국가의 합의에 대한 개념 없는 것, 국격 떨어뜨리는 결과 초래
북한 정권에 적당히 잘해주면 모든 게 좋게 풀릴 것으로 여겨
문 대통령은 이를 '평화'라 말하지만 이건 정말 심한 거짓말

리소데쓰(李相哲·60)씨의 모습을 처음 본 것은 한 달 전쯤 일본에 갔을 때다. 숙소 호텔에서 TV를 틀자, NHK의 '일요토론(日曜討論)' 프로에서 '조국 사태'를 다루고 있었다. 문재인·조국·정경심·윤석열 같은 등장인물 사진을 붙여놓은 사건 전개도를 배경으로, 진행자는 묻고 리소데쓰씨가 답변하고 있었다.

한반도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일본 류코쿠(龍谷)대학 사회학부 교수인 그는 일본 매스컴의 단골 초청 인사다.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각에도 영향을 끼쳐왔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김정은이 만든 한국 대통령'의 한국어판을 출간한 그가 방한했다. TV 화면으로 봤던 그의 실물(實物)을 대하게 됐다.

리소데쓰씨는 '내 정체성은 한국·일본·중국 각각 100%씩 갖고 있는 300% 인간'이라고 말했다.
리소데쓰씨는 "내 정체성은 한국·일본·중국 각각 100%씩 갖고 있는 300% 인간"이라고 말했다. /최보식 기자
―나도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입장이지만, 소위 일본 지식인이 대놓고 이웃 나라의 대통령을 때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우선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식의 제목은 거슬린다.

"당초 '문재인 정권 실록'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출판사에 보냈다. 원고를 읽고 난 편집자가 '북조선이 만든 한국 대통령(한국어판에서는 '김정은이 만든 한국 대통령')이 좋겠다'고 했다. 한국 선거에는 북한 문제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문재인 정권은 지지율을 높이고 유지해가는 과정에 북한 도움을 많이 받아온 사실을 상기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떤 계기로 문 대통령에 관한 책을 집필하게 됐나?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많은 일본인이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나는 2012년 대선 석 달 전 일본에서 '박근혜 전기'를 출간했다. 그 책을 쓰면서 경쟁자인 문재인에 대해서도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뒤 박근혜를 끌어내리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에 대한 자료 조사를 본격적으로 했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산케이(産經)신문에 '문재인 정권 실록'을 50회 연재했다. 일본인에게 문재인은 어떤 인물인지를 알려준 최초 연재물이었다."

―당신이 보는 문 대통령은 어떤 인물인가?

"그의 좌파 이념을 떠나, 그는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 거짓말 잘하는 사람으로 본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보나?

"가령 작년 유엔 총회에서 문 대통령은 '종전 선언을 일단 해주고 북한이 잘못하면 파기하면 된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이는 대통령의 품위, 한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해보려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겠나?

"약속은 한번 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한다. 북한과 '종전 선언'을 하게 되면 설령 북한이 지키지 않아도 한국은 지켜야 한다. 이게 정상 국가의 수준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일단 해주고 아니면 파기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 국가 간 합의에 대한 개념이 없다. 최근 국무회의에서는 '일본이 한번 반성을 말했으니 끝났다거나 한번 합의했으니 과거는 모두 지나갔다는 식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합의는 한 번 하는 것이지, 두 번 세 번 다시 하는 합의는 합의라고 할 수 없다."

―후자에 대해 얘기하면, 과거사 문제에는 국민감정도 무시할 수 없다. 두부 자르듯 단칼의 해결은 어렵다.

"한국의 역대 정권마다 사과해도 또 사과하라고 한다. 이런 반복된 요구에 일본인 상당수가 지쳐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위안부 문제를 최종 합의(2015년 12월)했다. '일본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해서 화해치유재단에 정부 예산 10억엔을 출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들어와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을 깨뜨렸지만, 아베 정부도 이웃 나라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라는 작년 8월 14일에 '할머니들이 잃어버린 세월은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되는 세월이다. 대한민국은 할머니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으며 할머니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가 어떤 것을 배웠는지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면 솔직히 혼란스럽다. 일본을 향해 '너희 증조할아버지는 나쁜 짓을 했다. 한국에 어떻게 해줄 거냐'며 무언가를 바라는데, 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데….

"돈이라면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합의했다. 사과를 또 해달라는데, 설령 하더라도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겠나."

―이제 위안부 할머니는 몇 명 안 남았다. 사과 표시에 그렇게 인색해야 하나?

"한국은 하나를 얻고 나면 또 다른 것을 요구한다는 인상을 줘왔다. 작년 말 한국 대법원의 징용노동자 판결은 1965년 한·일 협정을 뒤집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1951년 연합국과 일본 간에 체결) 이후로 형성된 세계 질서를 한국이 허물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문제를 촉발했다고 해도 일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원만한 관계로 끌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기다렸다는 듯 수출 규제 조치로 맞받았다.

"징용공 배상 판결 뒤 아베 내각은 여러 차례 한국 정부에 협의를 제의했으나 무시당했다. 일본의 맞대응 조치는 수출 품목을 관리하겠다고 했을 뿐인데, 한국의 여당은 '일본의 보복은 단순한 경제 전쟁이 아니라 사실상 경제 침략이니 의병을 일으켜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문 대통령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일본은 외교의 장에 나오라'고 했다. 그의 말은 항상 공허하고 구체성이 떨어진다. 같은 상황에서 어제 했던 말과 정반대 말을 오늘 한다."

일본 NHK의 '일요토론'에 출연.
일본 NHK의 '일요토론'에 출연.
―늦었지만 외교로 풀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니 다행 아닌가?

"일본을 무시하던 그가 갑자기 대화할 마음이 생긴 배경이 무엇인지 설명이 없다. 그는 외교의 장을 국내 정치처럼 봤을지 모르나, 외교의 장은 그보다 훨씬 더 냉혹하다. 한번 약속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요즘 분위기에 올라타 한국의 좌파와 일본의 극우 세력은 대놓고 반일 감정과 혐한(嫌韓)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배타적인 민족주의'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한국 좌파와 일본 극우는 서로 통한다. 우리는 우리 내부에서 이런 퇴행적 흐름을 비판해왔다. 일본 지식인들도 일본 내부에서 아베 정권의 우경화와 혐한 기조를 비판해야 한다. 당신들이 이웃 나라의 과거 고통을 조롱하고 '한국 때리기'에 앞장서면, 우리도 문재인 정권의 반일 선동을 비판하기가 어려워진다.

"말씀을 접수하겠다. 한국이 잘 살게 된 것은 미국·일본과 함께하면서였다. 한·일 관계가 좋으면 지금처럼 중국이 한국을 우습게 볼 수도 없다. 한국인들은 실리보다 감정이 앞서는 것 같다."

그는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출신으로 조선족이다. 베이징에 있는 중앙민족대학을 졸업한 뒤 '흑룡강일보'에서 근무했다. 1987년 그는 500달러를 들고 배편으로 상하이에서 오사카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접시 닦기와 신문기자 등을 하며 조치(上智)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1998년 류코쿠대학 교수가 되면서 귀화했다.

"나는 중국에서 30년, 일본에서 30년을 살았지만, 한국에서 생활한 적은 없다. 그러나 내 선친은 경상도 사람이었다.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일본·중국·한국이 혼재돼 있다. 국제회의에 가면 한국·중국·일본 어느 자리에 앉아야 하나. 이 나라들은 각각 내 정체성의 몇 %일까. 이제 답을 찾았다. 나는 한국·일본·중국 각각 100%씩 갖고 있다. 나는 300% 인간이다."

―어떻게 해서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일본 매스컴의 단골 출연 인사가 됐나?

"2010년 말 '김정일과 김정은의 정체'를 출간했다. 책 내용에 '김정일이 3년 안에 죽는다'고 나온다. 김정일의 건강 문제와 관련된 자료들을 분석해 그렇게 썼던 것인데, 일 년 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했다. 이게 알려져 4만부를 더 찍었다. 그때부터 일본 언론에서 나를 주목했다."

―김정일의 죽음을 예언한 것처럼 됐는데.

"사실 그 책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김정은에 관한 정보서였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는 '김정은 연구'라는 제목을 달았다. 당시만 해도 김정은 이름이 별로 언급 안 될 때라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김정일과 김정은의 정체'로 바꿨다. 이 책에서 김정은을 김정일의 후계자로 못 박았다."

―김정은이 등장했을 때 전문가들은 그의 체제가 결코 오래 못 갈 것으로 봤는데.

"그때 나도 '장성택이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바깥에서 다들 이런 전망을 내놓았으니 장성택은 처형을 피할 수 없었는지 모른다. 어쨌든 내 예측이 틀린 뒤 북한 정권에 대해 다시 공부해 '김정일 비록-김정은 체제 왜 붕괴되지 않나'라는 책을 썼다."

―다시 공부해서 북한 정권에서 무엇을 알게 됐나?

"북한은 사회주의도 못 되고 스탈린식 전체주의와 봉건주의가 결합된 기형적 체제다. 이런 체제는 김일성이 아니라 김정일이 만들었다. 김정일은 나라를 잘 운영하겠다는 것보다 권력만 지키는 쪽으로 갔다. 당과 군, 비밀경찰에 의한 완벽한 주민 감시 체제를 만든 것이다. 이런 정권은 쉽게 붕괴되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홍위병'이 날뛰던 문화대혁명 시기(1966~1976년)를 거쳤다. 그 공포와 후유증이 엄청났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문화대혁명보다 훨씬 더 심한 일이 벌어져 왔다. 사회주의를 경험해본 우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북한의 내부 실상을 안다."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도발이 없었고 평화를 진 척시켰다'며 대북 정책의 성과를 자평하고 있는데.

"북한은 멈추지 않고 칼을 갈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핵무기와 미사일의 성능을 진전시키고 있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이런 김정은을 과연 대화로 설득할 수 있다고 보나. 한국인들은 북한 정권에 적당히 잘해주면 모든 게 좋게 풀릴 것으로 여긴다. 문 대통령은 이를 '평화'라고 말한다. 이건 정말 심한 거짓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0/201910200164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