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등 여권이 조국 법무부 장관 구속과 문재인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한 3일 대규모 서울 도심 집회에 대해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동원 집회"라고 했다. 지난 주말 '조국 수호'를 외쳤던 서울 서초동 집회에 대해선 "깨어 있는 국민의 절박함에서 시작된 집회"라더니 광화문 집회는 "폭력과 막말이 난무했다"며 폄훼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집회에서 수십 명이 폭력을 휘두르고 성추행과 문화재 훼손도 있었다. 법에 따라 처리하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국당, 종교단체 등 이질적 집단이 만든 군중 동원 집회"라고 했다. 대변인은 "가짜 뉴스와 정치 선동만 난무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광화문 집회 주최 측을 내란 선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번 광화문 집회는 "난생처음 집회에 나와 봤다"는 참가자가 상당수였다. 조국 장관의 겉과 속이 다른 파렴치 행태와 그런 사람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고 검찰 수사마저 가로막는 대통령의 상식 밖 행태에 화가 나 "도저히 못 참겠다"고 뛰어나온 국민이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도심을 가득 메웠다. 모처럼의 휴일에 미어터지는 지하철에서 몸을 부대끼며 땀을 흘렸고 역을 빠져나오는 데만 수십 분이 걸렸다. 그래도 함께 탄 승객들의 눈빛을 보면서 "같은 생각으로 같은 곳에 가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참석자들은 말한다.
이들 상당수는 지난 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조국 가족의 파렴치 행태와 그런 인물을 감싸고 도는 대통령의 아집에 분노해 온갖 불편을 무릅쓰고 도심까지 몰려나왔다. 집권당은 그런 국민 수십만 명을 자기 지지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돈 몇푼에 동원된 사람들로 매도한다. 너무나 오만하다.
경찰과 시위대 간의 충돌은 전체 집회에 비하면 극히 부분적인 일이었다. 그것을 침소봉대해 사법처리를 겁박하는 모습은 과거 군사독재 정권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이 정권은 민노총이 전국 관공서를 멋대로 점거하고, 기업인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감금 폭행하고, 공사장을 점령하고,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찰 눈앞에서 폭력을 행사해도 침묵했다. 그래 놓고는 전체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된 조국 반대 집회는 폭력이라며 팔을 걷어붙인다.
문 대통령은 조국 지지 집회 직후엔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큰 조국 반대 집회는 외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민이 모여 퇴진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끝장 토론이라도 하며 설득하겠다"고 했었다. 바로 그런 상황인데도 설득은커녕 깔아뭉개고 있다. 그러면서 전국체육대회를 찾아 "대한민국 체육엔 공정·인권·평화를 담아야 한다"며 '공정'을 거론했다. 특권과 반칙을 일삼아온 인사를 장관에 앉히고 비호하는 대통령이 할 소리인가.
지금 청와대 앞에
는 수백 명의 시민이 문 대통령의 답을 기다리며 철야 농성하고 있다. 거의 모두가 이런 농성을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외국에서 일부러 귀국해 농성하는 사람도 있다. 문 대통령은 즉각 국민 앞에 나와 조국 장관을 계속 안고 갈 것인지 밝혀야 한다. 그러지 않고 조국 지지 집회에 사람들 더 모을 궁리나 한다면 분노한 민심을 거대한 파도로 만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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