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학생 1000여명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모두 총학생회가 아닌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구성해 피켓과 포스터를 만들고 홍보했다고 한다. 집회에서는 조국으로 대표되는 86 운동권 출신들이 앞에선 정의를 외치며 뒤로는 온갖 특권과 반칙을 일삼고, 남을 비판할 때와 자신을 방어할 때 180도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위선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서울대생은 "조국 사태를 겪으며 대한민국이 불의에 너무 관대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의에 대한 민감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연대생은 "우리는 보수·진보를 떠나 단지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편법과 위선을 일삼은 자가 어떻게 법과 정의를 수호할 법무 장관이 되나" "기회의 공정성을 믿었던 나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말도 나왔다. 이들은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눈과 귀를 닫고 막무가내로 버틴다면 청년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 '조국 사퇴'를 외치는 20대들은 3년 전 최순실 딸의 대학 부정 입학 의혹에 가장 앞장서 촛불을 들었고, 대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90%의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20대의 대통령 지지도는 30%대로 떨어졌다. 60대 이상을 빼고는 가장 낮은 수치다. 20대는 이념·정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세대다. 20대들은 조 장관 자녀들이 보통 아버지를 둔 자신들은 꿈도 꾸지 못할 특혜를 누려왔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조 장관 딸은 고교 때 2주 인턴을 하고 SCIE급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 논문을 대입 때 제출해 명문대에 합격했다. 의전원에서는 두 차례 유급하고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았다. 조 장관 아들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받은 의혹이 있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남의 집 자식들에게는 "용(龍)이 되려 하지 말고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개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당시에는 멋지게 들렸을 이 말이 조국의 위선이 낱낱이 드러난 지금 20대들에게 어떻게 들리겠나. 돈 있는 사람 자식의 장학금 신청을 비난하더니 제 자식은 장학금 싹쓸이도 모자라 학자금 지원까지 챙겼다.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학가의 '조국 퇴진' 운동에 대해 "2만명의 정원 중 1% 정도만 참여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대선 주자라는 작가는 대학생 집회에 대해 "물 반, 고기 반"이라며 '한국당 배후설'을 제기하는가 하면 "왜 마스크 쓰고 나오냐"고 비아냥댔다. 20대 지지율이 떨어지자 "보수 정권 때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탓"이라고
한 여당 의원도 있었다.
수십 년간 공정과 정의라는 깃발을 흔들며 20대의 눈을 속여 온 운동권이다. 젊은 세대가 운동권의 실체를 알게 된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해 다행이다. 청년들이 우파든 좌파든 잘못을 용납하지 않아야 정치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간다. '조국'을 통해 운동권 세력의 위선과 불의를 목격한 20대의 분노가 우리 사회를 바꿔나갈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