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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사설] 한국 외교는 지금 어디에 있나

鶴山 徐 仁 2019. 5. 30. 21:01

[사설] 한국 외교는 지금 어디에 있나

조선일보

입력 2019.05.30 03:19

일본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항모급 일본 호위함 '가가함'에 승선했다. 일제(日帝) 진주만 공습의 선봉이던 항모 '가가함'은 1942년 미드웨이 해전 때 미군에 격침됐으나 2015년 항모급 전투함으로 부활했다. 일본은 앞으로 이 배에 F-35B 전투기를 탑재한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가함에 함께 서 있는 자체가 미·일 동맹이 전례 없이 강해졌다는 증거"라고 했다.

일본은 미 F-35 전투기를 당초 예정했던 42대 외에 105대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미국이 F-35 개발에 참여하지도 않은 일본에 관련 기밀을 제공하겠다고 한 데 이어 주거니 받거니다. 이런 미·일 밀월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일 미군 해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동해를 서슴없이 '일본해'라고 지칭했다. 이것이 단순한 말실수겠는가. 트럼프와 회담을 마친 아베는 다음달 미국과 대립 중인 이란을 방문한다. 광폭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일본은 역사·영토 분쟁에서 벗어나 빠르게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양국은 31일 싱가포르 안보 대화에서 국방장관 회담을 추진한다. 지난달 중국 관함식에는 일본 자위대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 참가했다. 중·일 외교장관은 이미 "양국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다. 일본은 시진핑 주석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했고, 중국은 광우병을 이유로 막았던 일본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다. 다음 달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중·일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신(新) 합종연횡'이 벌어지는 주변 정세 속에서 우리 외교는 완전히 외톨이 신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은 29일 일본에서 냉대를 받았다. 윤상현(3선) 위원장과 천정배(6선)·유기준(4선)·정진석(4선)·이정현(3선) 의원 등 중진들이 갔는데도 중의원 외교위원장과의 면담은 거절됐고 참의원 위원장 1명만 나왔다. 위원장이라 해도 비례대표 초선이었다. 윤 위원장은 "(강제징용 판결 관련) 한국 측이 일본이 요구한 중재위 설치를 거부할 경우 일본 G20 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한 한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 회담하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나. 국가가 과거사와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면 외교가 성립될 수 없다. 한·일 관계는 이미 외교가 성립될 수 없는 지대로 들어섰다. 이것이 한국의 국익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 G20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 개최는 미정이나 미·일·인도 정상회담은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한국 정부가 이를 거부하면서 '한·미·일'이 '미·일·인도·호주'로 전환되면 우리 설 자리는 어디인가.

미·중이 '반(反)화웨이'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놓고 정면 대결하는 상황에서 G20가 열리면 우리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미·중 양측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난제들을 풀어야 할 외교부는 기강 해이 논란으로 만신창이가 됐고 청와대는 '정상회담 대화 유출' 문제를 트집 삼아 야당 공격하기에 바쁘다. 남북 관계 하나만 잘하면 지역 정세를 주도할 수 있다던 정부의 국가 전략은 식량 지원 제안마저 "시시껄렁하다"는 북의 면박에 막혔다. 대한민국 외교는 지금 어디에 있나. 있기는 있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9/20190529038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