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6.26 03:07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가나] [中] 더 위험한 경제, 그 세가지 징후
① 청년 실업률 1994년 일본 2배 ② 노인 금융 자산 일본의 45% ③ 일본보다 심각한 가계 부채
고령화, 민간 소득 증가율 등 한국 경제의 각종 지표가 일본의 장기 침체 초기이던 1990년대와 유사해지면서 '일본보다 더 혹독한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 경제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청년 실업률과 노인 자산, 부채의 질(質) 등은 당시 일본보다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장기 침체 신호탄은 민간 소비의 급격한 하락이었다. 1980년대 연평균 3.6%이던 민간 소비 증가율이 1990년대 들어 1.9%로 떨어졌다. 한국도 비슷하다. 2000~2007년 연평균 4.3%였지만 이후엔 2.2%다. 작년엔 2.6% 늘었지만 해외 지출을 빼면 1.6%에 머문다. 1990년대 일본보다도 낮다.
일본의 장기 침체 신호탄은 민간 소비의 급격한 하락이었다. 1980년대 연평균 3.6%이던 민간 소비 증가율이 1990년대 들어 1.9%로 떨어졌다. 한국도 비슷하다. 2000~2007년 연평균 4.3%였지만 이후엔 2.2%다. 작년엔 2.6% 늘었지만 해외 지출을 빼면 1.6%에 머문다. 1990년대 일본보다도 낮다.
- ▲ 반값 할인에도 텅 빈 매장 - 18일 오후 4시 서울 광진구에 있는 패션 아웃렛 오렌지팩토리 매장에 남성 의류가 진열돼 있다. 연면적 670㎡(약 203평) 2층 건물 안에 손님은 딱 4명이었다. 매장 곳곳에는‘반값’이라고 적은 할인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이동휘 기자
- ▲ 백화점에선 저가매장만 붐벼 - 지난 22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에 있는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면적 650㎡(약 200평) 규모인 이 매장은 이날 20대 남녀부터 중년 여성 등 방문객 40여명으로 붐볐다. /고운호 기자
①일본 장기 침체 시작 전보다 더 심각한 청년 실업
내수 위기는 청년층과 고령층 양쪽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청년층에서는 취업난이 출발점이다. 작년 국내 청년 실업률은 9.5%였고, 지난달에는 10.5%로 5월 기준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1990년대 일본 청년 실업률은 5~6%였다. 일본은 고령 사회에 진입한 1994년을 기준으로 삼으면 4.8%에 그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청년 취업은 이후 차를 사고, 결혼하고, 집을 사는 내수 소비의 출발점"이라며 "우리 청년은 시작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사진)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은 일본보다 더 일찍, 더 심하게 젊은이들이 높은 실업률로 희망을 잃어 간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일본에선 유니클로나 100엔숍 같은 저가 생필품 매장이 급성장했다. 한국도 비슷하다. 1000~3000원짜리 물건을 주로 파는 '다이소'는 2017년 전년 대비 26% 늘어난 1조645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해마다 최고 매출을 갱신 중이다. 그 중심에 청년층이 있다. 후카가와 교수는 "젊은 층이 자동차나 주택 등 규모가 큰 소비는 꺼리고 저가품만 찾는 것은 내수 침체가 일본처럼 길어질 수 있다는 신호"라며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그나마 있던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감소시켜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②노인 현금 비중 일본의 절반도 안돼
내수 위기는 청년층과 고령층 양쪽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청년층에서는 취업난이 출발점이다. 작년 국내 청년 실업률은 9.5%였고, 지난달에는 10.5%로 5월 기준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1990년대 일본 청년 실업률은 5~6%였다. 일본은 고령 사회에 진입한 1994년을 기준으로 삼으면 4.8%에 그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청년 취업은 이후 차를 사고, 결혼하고, 집을 사는 내수 소비의 출발점"이라며 "우리 청년은 시작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사진)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은 일본보다 더 일찍, 더 심하게 젊은이들이 높은 실업률로 희망을 잃어 간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일본에선 유니클로나 100엔숍 같은 저가 생필품 매장이 급성장했다. 한국도 비슷하다. 1000~3000원짜리 물건을 주로 파는 '다이소'는 2017년 전년 대비 26% 늘어난 1조645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해마다 최고 매출을 갱신 중이다. 그 중심에 청년층이 있다. 후카가와 교수는 "젊은 층이 자동차나 주택 등 규모가 큰 소비는 꺼리고 저가품만 찾는 것은 내수 침체가 일본처럼 길어질 수 있다는 신호"라며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그나마 있던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감소시켜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②노인 현금 비중 일본의 절반도 안돼
그나마 쓸 돈은 더 없다. 노인 가구 자산 중 현금·예금 등 금융자산 비중이 한국은 18.8%, 일본은 41.5%(2014년 기준)로 한국이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은행 조사국 아태경제팀은 "일본은 인구 비중이 커진 노인이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반면 한국 노인층은 소득 수준도 낮고 당장 쓸 수 있는 현금 자산도 부족하다"며 "향후 소비 여력이 위축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된 상황에서 일본처럼 부동산 버블 붕괴가 온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한상춘 미래에셋대우 부사장은 "한국은 아파트값 등락이 소비 지출 변화에 미치는 정도가 일본의 2.3배"라며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고 금리 인상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③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가계 부채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일본은 기업 부채가 1990년 국내총생산(GDP)의 140%까지 치솟았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GDP 대비 기업 부채는 99.4%로 이보다는 낮다. 대신 한국은 가계 부채가 큰 문제다. 국내 GDP 대비 가계 부채는 작년 3분기 94.4%. 일본의 가계 부채는 1994년 84%였고, 이후 90%를 넘은 적이 없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높은 기업 부채가 자산 버블 붕괴와 함께 터졌고, 이후 기업 부실화를 거쳐 가계에도 영향을 줬다"며 "반면 한국은 가계 부채 비중이 높아 버블이 꺼지면 곧바로 가계가 직접 타격을 받고 소비 침체가 온다는 점에서 잠재 위험은 더 크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일본의 버블 붕괴는 정부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겹치면서 왔다"며 "집값 안정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연착륙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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