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 칼럼> 빅터 차
작성자: 김국헌
작성일: 2018-02-05 09:29:08
주한 미국 대사 공백이 일 년 넘게 계속되고 있어 수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단이 터졌다. 의회 인준을 받아 한국에서 아그레망까지 받은 빅터 차에 대해 트럼프가 지명을 철회하여 다른 후보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미국 대사가 공석인 나라가 십여 국이 된다고 한다. 호주의 경우에도 미국 대사가 일 년 넘게 부임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국무장관이 백악관에서 불신임 받은 것과 같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미국대사의 공백상태는 초유의 사태다. 한미동맹에 있어 차질이 오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마식령 스키장에 한국 항공기가 가는 문제도 출발 두 시간 전에야 미국의 동의가 떨어졌다고 한다. 20분 전, 아니 2분 전에 내려주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2002년 철도 도로 연결을 위한 인원 및 차량의 비무장지대 통과를 둘러싸고 꼭 필요한 유엔사령관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유엔군사령관은 한미연합군사령관이자 주한미군사령관이다. 그러므로 유엔사의 동의는 미국의 동의를 의미한다. 청와대 안보 수석은 미국 NSC와 협의가 끝났다고 했으나, 사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NSC에서 연락 받은 국무성은 이는 국방성의 권한이라고 책임을 미루었다. 국방성은 현지 군사령관인 유엔군 사령관에 미뤘다. 유엔군 사령관은 실무자인 부참모장에 미루었다. 그리하여 이 문제는 결국 국방부 군비통제관이 유엔사 솔리건 유엔사 부참모장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리게 되었다.
군비통제관은 영국 유학에서 영국인들이 돈 많은 아랍 부호들에 세(rent)는 주되, 땅은 팔지 않는 법적 구조를 보고 힌트를 얻었다. 즉 법적 관할권(jurisdiction)은 유엔사가 그대로 갖되, 관리권(administration)은 국방부가 행사토록 하며, 국방부 승인은 보고로써 가늠토록 하였다. 남북 철도 도로 연결은 이런 천신만고의 과정으로 해결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임동원 안보수석, 심지어 조성태 국방장관도 이런 오묘한 곡절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마식령 스키장 관련 협의에는 트럼프 대통령부터 완강하니 문제가 다르다. 20년을 끌어오던 한미미사일 지침이 오바마 대통령의 단안으로 해결될 수 있었는데 상황은 완전히 거꾸로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은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한미 간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고 하나, 실제 일이 진행되는 과정은 녹록치 않다. 두 정상은 한미동맹이 굳건하다고 수없이 되풀이하지만, 이는 추상적인 명제일 뿐, 구체적 실제가 되어가는 과정은 다를 수 있다.
빅터 차는 워싱턴에서는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 있는데, 코피(nose blood) 전략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한 것이 트럼프의 비위를 거슬린 것이다. 한반도 주변에 전략자산이 속속 집결하는 것이 심상치 않다. 얼마나 급했으면 북한 외무상이 유엔 사무총장에게 미국을 말려달라고 SOS를 치고 있다. 와중에 마식령에 간 한국 선수는 북한 요구로 태극 마크를 떼었다고 한다. 한국에 온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 마크를 달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극단적 사태진행에 미국이 분노하고 있다. 앞으로 한미 간에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른다. 국민당 원내 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아마추어 정부라고 한 것은 정확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래저래 미국의 분만 돋우고 있다. 밍크 목도리를 두르고 오만하게 걷는 현모여인은 모델 출신의 트럼프 부인이 우선 못 보아 줄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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