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9.02 03:05
[데스크에서] 돈도 갖고 正義도 갖나
어느 출판사 대표와 대판 싸운 적 있다. 1990년대 초반 '운동권'이었다는 그는 한국 현대사를 불의(不義)한 권력이 득세한 역사로 규정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재벌의 횡포를 비판하며 열변을 토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을 청산해야 할 적(敵)으로 여겼다. 세상이 바뀌면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식으로 분노의 언어를 쏟아냈다. 그와 말다툼을 벌인 건 단지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었다. 진리를 독점한 양 말하는 그의 태도를 끝내 참지 못했다. 그는 단행본 출판사로는 손가락으로 순위를 꼽을 정도 규모로 회사를 키운 능력 있는 출판인이다. 수백억원 자산을 일구고 자가용 승용차로 벤츠를 탄다.
취재원을 만나 당혹감을 느낄 때가 간혹 있다. 우리 사회에서 좋은 교육 받고 능력을 발휘해 돈도 벌고 지위도 얻은 분 중에 한국 사회를 뒤집어야 할 '혁명'의 대상처럼 여기는 이들이 있다. 자신은 도덕적으로 올바르며 정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여긴다. 사회문제를 모두 불의한 세력 탓으로 돌린다. 그런데 이분들이 사는 곳은 서울 특정 지역의 수십억원대 집이고 타는 승용차는 고급 외제차였다.
최근 공개한 공직자 재산 규모를 보고 또 당혹감을 느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개한 재산은 93억1962만원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49억8981만원을 신고했다. 평범한 월급쟁이 직장인이 한 푼도 쓰지 않고 평생 모아도 갖지 못할 재산이다. 1일 사퇴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1년 새 12억원 수익을 올려 주식 재산만 15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상속이나 능력과 행운을 통해 돈을 번 사실 자체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재산 형성 과정이 정당하다면 공직자라도 돈이 많은 게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남다른 혜택을 받아 돈을 번 사람이 한국 사회의 문제는 기득권 세력 탓이고 자신은 정의를 가진 것처럼 여기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자신을 돌아봐야 했다. 최소한의 겸양이 있어야 했다. 당신도 이렇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노하우'를 알려주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그게 더 정직한 일이었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가진 사람이 정의(正義)마저 가진 체 했다니 이도저도 없이 하루하루 밥 벌이하며 사는 우리네 서민만 불쌍할 따름이다.
취재원을 만나 당혹감을 느낄 때가 간혹 있다. 우리 사회에서 좋은 교육 받고 능력을 발휘해 돈도 벌고 지위도 얻은 분 중에 한국 사회를 뒤집어야 할 '혁명'의 대상처럼 여기는 이들이 있다. 자신은 도덕적으로 올바르며 정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여긴다. 사회문제를 모두 불의한 세력 탓으로 돌린다. 그런데 이분들이 사는 곳은 서울 특정 지역의 수십억원대 집이고 타는 승용차는 고급 외제차였다.
최근 공개한 공직자 재산 규모를 보고 또 당혹감을 느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개한 재산은 93억1962만원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49억8981만원을 신고했다. 평범한 월급쟁이 직장인이 한 푼도 쓰지 않고 평생 모아도 갖지 못할 재산이다. 1일 사퇴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1년 새 12억원 수익을 올려 주식 재산만 15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상속이나 능력과 행운을 통해 돈을 번 사실 자체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재산 형성 과정이 정당하다면 공직자라도 돈이 많은 게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남다른 혜택을 받아 돈을 번 사람이 한국 사회의 문제는 기득권 세력 탓이고 자신은 정의를 가진 것처럼 여기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고려대 교수인 장하성 정책실장은 공직을 맡기 전 두 권의 책을 통해 사회 정의를 설파했다. '한국 자본주의'를 통해 재벌 중심의 불공정한 경제 구조를 지적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소유와 분배를 주장했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는 고소득층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면서 가진 것 없는 청년들이 '분노'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대 교수인 조국 민정수석 역시 신문 칼럼과 저술을 통해 늘 불의한 세상을 성토했다. 이유정 전 후보자는 사회적 약자와 여성 인권을 지지하는 '진보 인사'라 한다. 이렇게 정의로운 분들의 재산이 24억원
(상위 1%)을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다.
자신을 돌아봐야 했다. 최소한의 겸양이 있어야 했다. 당신도 이렇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노하우'를 알려주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그게 더 정직한 일이었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가진 사람이 정의(正義)마저 가진 체 했다니 이도저도 없이 하루하루 밥 벌이하며 사는 우리네 서민만 불쌍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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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1/20170901032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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