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文 정권이 가는 길
입력 : 2017.08.29 03:17
소수파임을 철저히 잊은 듯 정책·인사·언행 등 全 분야 좌파 노선 일색으로만 흘러
일부 정책은 소신대로 해도 韓·美동맹과 對北 이슈 등은 대통령 맘대로 다뤄선 안 돼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였지만 유권자 대비 지지율은 32%였다. 전체 유권자 4247만명 중 3280만명(77%)이 투표에 참석한 선거에서 1350만여명의 지지로 당선됐다. 다시 말해 그는 전체 국민(유권자)의 3분의 1도 안 되는 지지로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다만 자신의 출생(?) 이력을 감안해 전체 국민의 생각이 무엇인지 중심을 잡는 것이 소수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이고 처신이다.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유권자는 별개로 하고라도 참여해서 그를 명시적으로 반대한 59% 국민의 생각과 그들이 바라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살피고 배려하는 것이 '41% 대통령'의 의무다.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의석수마저 과반에 못 미치는 소수 여당인 처지여서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런 '소수'의 처지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0여일간 쏟아낸 정책과 인사(人事)와 말들은 하나같이 '적폐 신드롬'에 사로잡힌 좌파 노선 일색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대통령이 되면 무엇이든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것'이고 '보수·우파를 내몰아야 하는데 무엇 때문에 좌(左)고우(右)면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이 꽉 자리 잡고 있는 듯 보인다. 그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보고대회에서도 '촛불 혁명'과 '국민 주권 시대'를 여러 번 강조했다. 자신의 당선이 온 국민의 뜻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런 '소수'의 처지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0여일간 쏟아낸 정책과 인사(人事)와 말들은 하나같이 '적폐 신드롬'에 사로잡힌 좌파 노선 일색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대통령이 되면 무엇이든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것'이고 '보수·우파를 내몰아야 하는데 무엇 때문에 좌(左)고우(右)면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이 꽉 자리 잡고 있는 듯 보인다. 그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보고대회에서도 '촛불 혁명'과 '국민 주권 시대'를 여러 번 강조했다. 자신의 당선이 온 국민의 뜻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국민'을 옆자리에 태우고 운전석에 앉은 듯한 문 대통령의 호기(豪氣)를 거스를 생각은 없다. 대통령이 된 이상 잘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어렵사리 재수해서 잡은 권력이니만큼 자신의 뜻을 펼쳐보려는 의지가 없을 수 없다. 인사도 그렇고, 과거사(史) 교정도 그렇고, 전(前) 정권 색깔 지우기도 그렇다. 교육 정책도 그렇고, 집값 문제, 세금 재조정 문제도 해보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다. 그런 것 하려고 대통령 된 것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신중히 고려하고 반대자들과도 논의하고 고민스럽게 다뤄야 할 것이 있다. 한번 잘못되면 되돌릴 수 없거나 되돌리기 어려운 것들이다. 문 정권이 지금 하고 있는 인사(人事)와 과거 청산과 좌파적 정책들은 정권이 바뀌면 다음 정권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 하지만 나라를 보전하는 안보는 물론이고 임금 인상, 복지 혜택, 탈원전 같은 것은 한번 정하면 후진(後進)이 안 된다. 올린 임금과 주어진 복지는 하향이 어렵고 한번 닫은 원전은 다시 열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의 주(主) 수입원을 잃고 있다. 해운(海運)이 망했고, 조선(造船)이 기로에 섰다. 자동차도 서서히 세계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고, 삼성이 장악하고 있는 전자와 반도체도 그렇다. 기업들은 움츠러들고 노조는 갈수록 강성으로 치닫고 정부는 좌파 일변도 자화자찬에서 빠져 헤어날 수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전쟁은 안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하게 되면 이겨야 한다. 한·미 동맹, 미군 철수, 대북(對北)은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 안보 갖고 말씨름, 립 서비스하지 말고 우리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59%에 대한 배려다.
이 정부의 시책을 보면 이 정부가 정말 너무 과도하게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이 정부의 인사가 역대 통틀어 가장 균형 인사고, 탕평 인사고, 통합적인 인사라고 국민이 긍정적 평가를 내려줬다"는 문 대통령의 자화자찬이라든가 "정권이 언론 장악 못 하도록 하겠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무너졌다"는 집권자의 일방적 평가에서 우리는 몹시 헷갈린다. 이 정권이 과연 자신들을 그렇게 지고지선(至高至善)한 것으로 믿고 있는지 어안이 벙벙하다. 야당에서도 '골든타임에 지상파 방송(그것도 6개사)을 모아놓고 취임 쇼를 하면서 방송 개혁을 말하고, 청와대의 원맨쇼를 보여주며 공직자들이 알아서 눈치껏 따라오게 해놓고서는 공직자의 영혼을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한명숙 사건도 법원이 정치의 하수인이어서 생긴 일이라고 믿고 있는 듯 말한다. 전 정권하에서 임명된 인사를 모조리 내보내려고 하는 물갈이 쇼에서는 그야말로 '적폐'의 냄새가 난다. 전 정권의 대기업 기부 협조 를 처벌하면서 그네들은 평창올림픽에 '후원을 부탁'하고 있다. 자기들도 하면서 자기는 아닌 듯하는 처사다. 너무도 위선적이고 너무 오만한 것 아닌가 한다. 그래서 현 정권을 평가하는 최대 명언은 '내로남불'이다.
배고프다고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다. 보수 정권에 대한 차별성과 보복에 급급하다가는 보수 정권이 실패한 전철을 밟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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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8/20170828032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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