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동서남북] 남은 배 열두 척만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면

鶴山 徐 仁 2017. 1. 16. 10:42


[동서남북] 남은 배 열두 척만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면


입력 : 2017.01.16 03:14

김영진 경제부 차장
김영진 경제부 차장




작년 말, 경제부처 전·현직 장차관들의 송년 모임에서 명량해전 이야기가 나왔다. 과거 기획재정부를 이끌었던 윤증현 장관과 후배 공무원들이 모인 음식점 이름이 '울돌목'이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신에게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으니(상유십이·尙有十二)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한, 이순신 장군의 420년 전 정유년 각오라도 빌려와야 할 만큼 지금 한국 경제가 위기다.

송년회 멤버인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로 '상유십이'를 내걸었다. 사실 그날 참석자들은 금융위기 극복 당시 경제팀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밀어닥친 2009년, 윤 장관을 중심으로 청와대엔 임종룡 경제금융비서관이 있었고, 국제금융 전문가인 허경욱 1차관(전 OECD대사)과 신제윤 차관보(전 금융위원장)가 글로벌 시장을 예의 주시했고 국내 경제는 노대래 차관보(전 공정거래위원장)가 챙겼고, 28조원짜리 추경을 예산전문가인 이용걸 2차관(전 방위사업청장)과 유성걸 예산실장(전 국회의원)이 맡았다. '신속하고 충분하고 선제적으로' 풀린 돈은 마이너스 4% 성장이 예측된 2009년 성장률을 0.7%로 끌어올리며 그해 선진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했다. 비상경제팀이 작동할 수 있었던 건 위기극복에 동참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야당도 사상 최대의 수퍼 추경을 트집 잡지 않고 "진작 그랬어야 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경제팀에 힘을 보탰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을 때처럼 모두가 한 몸이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튼튼한 경제'란 주제로 열린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5개 경제부처 업무보고에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경제가 또다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년까지 4년 연속 2%대 성장이라는 초유의 저성장을 예고했을 만큼 버겁다. 저성장이 굳어지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수렁에 빠진다. 1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뇌관과 부실기업 정리에 따른 대규모 실업사태 등 닥칠 위기는 수두룩하다.

현재 상황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 악성이다. 우선 최순실 사태로 국정이 마비됐다. 얼마 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받은 부처별 업무보고는 통상의 절반인 8일 만에 끝났다. 이렇게 긴장감이 떨어진 상태로 새해를 출발한 적이 없었다고 공무원들은 말한다. 국민은 최순실 사태에 분노하며 허탈감에 빠져 있다.

정치 여건은 절망적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내분에 휩싸여 경제를 돌볼 능력을 상실했다. 제1당인 민주당은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빅 배스'의 유혹에 빠진 듯하다. 빅 배스(Big Bath)는 목욕으로 때를 씻어낸다는 뜻으로, 경영진 교체기에 모든 부실을 털어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전임자에게 떠넘기고 이후 열매는 자신이 챙기는 전략이다. 하지만 매에는 장사 없다. 큰 매를 계속해서 맞아 쓰러지면 경제는 일어날 수 없고, 만신창이가 된 경제의 짐은 차기 정부가 고스란히 짊어질 것이다.

위기는 퍼펙트 스톰(동시다발적 대재앙)으로 다가오는데, 대선을 앞둔 우리는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대응이 굼뜨다.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며 시간을 끌다간 개구리가 배를 뒤집고 죽을지 모른다. 가동 중인 여·야·정 협의체를 원내대표급으로 격상하고 경제 살리기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남은 배 열두 척이라도 끌고 위기를 넘기려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5/201701150142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