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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시대로부터 에피파네스 4세까지의 고대 근동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예언하는 대목입니다. 에피파네스 시대의 마지막 때 남방의 톨레미 왕조가 그를 찌를 것이고 북방 왕이 병거와 배를 타고 와서 그를 대항하며 회오리 바람처럼 휩쓸 것이라고 합니다(40절). 이는 곧 종말에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여 이 세계를 지배하게 될 적그리스도와 그의 추종자들이 자기를 거역하는 사람들에게 행할 무자비한 압제를 연상케 합니다.
세상의 힘이나 지혜란 늘 남을 해치고 회오리 바람처럼 모든 일들을 일거에 쓸어버리는 능력을 의미하지만 진정한 지혜와 영성이란 그런 거짓된 힘의 실체를 깊이 꿰뚫어 보는 힘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수많은 근사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자신의 욕심을 그 속에 감추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혜란 이런 길에서 우리의 발길을 확실히 돌려 무엇보다도 다정하고 따스한 가슴을 가지는 것이며, 그 안에서 무자비한 칼까지 녹이고 새로운 삶의 꿈을 부화시키는 열정입니다.
우리말에는 <살이>가 붙은 여러 말들이 있습니다. 믿는 자들이 가장 잘 해야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닌 바로 <살림살이>입니다. 우리의 삶 전체가 모든 생명을 쓸어버리는 회오리 바람이 아니라 살리는 힘 <살이>가 되어야 합니다. 환경과 자연을 비롯해 정치와 경제, 문화와 교육을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차게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모두 살림살이의 지혜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우리들의 과제입니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모든 것들을 시들게 하고 죽어가게 하는 자들이야말로 기필코 하나님의 뜻에 대적하는 무리들입니다. 우리가 이 가을밤을 새우면서라도 간구해야 할 것은 생명을 파괴하며 탐욕을 만족시키려는 <교활한 꾀>나 무자비하게 남을 짓밟는 <회오리 바람 같은 파괴력>이 아니라 지금도 억울하게 희생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웃들을 구해 내는 지혜의 힘입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또 어디서 어떤 세력으로 침공하여 마치 물이 넘침 같이 이 세상을 쓸고 지나갈지 모르는 적그리스도의 광풍을 경계하며 더욱 근신하는 성도들이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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