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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다윗' 싱가포르의 뚝심

鶴山 徐 仁 2016. 10. 7. 12:52

[태평로] '다윗' 싱가포르의 뚝심


입력 : 2016.10.07 03:14

         


      최유식 국제부장
         최유식 국제부장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지난주 베이징에서는 주중 싱가포르 대사와 관영 환구시보 편집장이 공개서한으로 맞붙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평소 거친 언사로 유명한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다.

발단은 지난달 중순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 대한 환구시보의 9월 21일자 보도였다. 이 신문은 '싱가포르가 폐막 성명에 국제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 내용을 넣으려다 다른 참가국들의 반대로 실패했다'고 전하면서 '망령되게 남중국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제목을 달았다. 협상장을 들여다본 듯 '다른 나라 대표들이 반대하자 싱가포르 대표가 당황해 화를 못 참고 빈정거렸으며, 불손한 말을 하기도 했다'고 썼다.

그로부터 5일 뒤 스탠리 로 싱가포르 대사는 환구시보에 공개서한을 보내 '날조된 보도'라고 항의했다. 남중국해 판결 문구 삽입은 싱가포르가 아니라 아세안 의장국인 라오스가 서면으로 요구했고, 싱가포르 대표는 협상장에서 이 문제를 꺼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환구시보 기자가 회의 현장에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은 바로 다음 날 답신을 보내 반박했다. 그는 '회의에 참석한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확인한 내용을 기사화한 것으로 날조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고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싱가포르의 태도로 화살을 돌렸다. 분쟁 당사국도 아닌 싱가포르가 미국과 일본 편에 서서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면서 '귀국의 행동은 과분하다'고 엄포를 놨다. 로 대사도 맞받아쳤다. 이튿날 새벽 두 번째 공개서한에서 '싱가포르의 남중국해 입장에 대한 후 편집장의 비판은 환구시보 보도의 진위 여부와 무관한 일'이라고 했다. 익명의 소식통에 기대 허위 기사를 쓴 것이 문제의 본질인데, 딴소리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중국은 외교부와 군 인사까지 나서서 환구시보를 지원 사격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극히 개별적인 국가가 한쪽 편을 들며 과장하는 게 문제"라고 했고, 진이난 중국 국방대 교수(소장)는 "싱가포르가 중국의 이익을 훼손한 데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560만여명으로 중국의 245분의 1에 불과한 도시국가이다. 진 교수는 '탄알'만 한 나라라고 했다. 무역으로 보면 중국이 제1 수출 대상국이다. 그런데도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한 중국과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국제중재재판소가 지난 7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근거 없다고 판결한 이후 주요 국제회의 때마다 이 판결을 거론해 중국을 곤혹스럽게 한다.

싱가포르는 유럽·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 중계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믈라카해협과 한국·일본을 잇는 남중국해는 이런 싱가포르에 핵심 이익이 걸린 해상 교역로라고 할 수 있다. 동남아의 화교 국가로 국부인 리콴유 전 총리 때부터 중국과 각별한 관계인 싱가포 르가 중국과 '맞짱'을 뜨는 데는 이런 연유가 있다.

한·중 경제 관계가 깊어지면서 양국이 안보 문제로 맞붙을 때마다 중국의 보복에 대한 걱정이 쏟아진다. 사드를 둘러싸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라가 작다고 국가의 전략적 이익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까지 위축된다면 남는 것은 대국의 업신여김이다. '다윗' 싱가포르의 싸움이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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