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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車블랙박스 사고 영상, 아이들 볼까 무섭다

鶴山 徐 仁 2016. 7. 22. 20:44

잔혹 車블랙박스 사고 영상, 아이들 볼까 무섭다


입력 : 2016.07.22 03:00 | 수정 : 2016.07.22 19:27


  

영화에도 '청소년관람불가' 있는데…
'무단횡단 사망' 등 포털·유튜브서 클릭만 하면 볼 수 있어

충격 영상 보는 것만으로도 외상후스트레스 겪을 수 있어
정부·포털, 검열·제재 안 해

울산광역시에 사는 주부 김경희(54)씨는 41명의 사상자를 낸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의 6중 추돌사고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내 딸 또래의 20대 여성들이 탄 승용차가 처참하게 구겨지는 장면이 밤새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본 영상은 사고를 낸 관광버스의 옆 차선에서 달리던 운전자가 '7월 17일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사고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SNS와 방송 뉴스를 타고 퍼졌다. 이 영상에는 관광버스가 터널 진입 지점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잇달아 앞차들을 들이받는 장면이 담겼다. 들이받힌 승용차는 종잇장처럼 찌그러져 나동그라졌고 '어머 어떡해' 등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블랙박스가 상용화되면서 어린이나 노인이 차에 치여 숨지는 장면 같은 잔혹한 사고 영상이 아무 검열이나 제재 없이 무방비로 청소년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이런 영상은 '사람 죽이는 김여사님 종합편' '충격의 무단횡단 사망 사고' '급정지 사망 영상' 등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유튜브와 각종 포털 사이트에 업로드되고 있다. 초등학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 포털 사이트 업체와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잔혹 블랙박스 사고 영상'들은 적게는 수만 회에서 100만회 이상 조회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유튜브에는 '충격 주의-무단횡단 사망사고'라는 제목으로 한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왔다. 검은색 차량에 치인 한 남성이 충격으로 공중에서 한 바퀴 돈 다음 도로로 떨어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이 영상은 21일까지 26만2000회가량 조회됐다. 2014년에는 유튜브에 올라온 무단횡단을 하던 할아버지가 버스에 치여 붕 뜨는 영상이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공유되며 조회수 61만회를 기록했다. 여성 운전자들이 사고를 낸 영상을 여러 개 모아 올린 '사람 죽이는 김여사님 종합편'은 각종 포털 사이트를 통해 130만회 이상 조회됐다.

네티즌들은 "영상을 본 뒤 심한 우울감을 느낀다" "자극적인 포르노 영상과 다를 게 없다"는 댓글을 달며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세 살짜리 딸을 둔 주부 금미경(29)씨는 "이런 영상을 보고 어린아이들이 받을 충격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직접 사고를 당하지 않고 충격적인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잔인한 영화에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붙여 못 보게 하듯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서도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는 "잔인한 블랙박스 영상도 선정적인 게시물로 분류해 삭제 조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끔찍한 사고 영상들은 몇 해가 지나도록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모니터링 요원이 400명이나 되지만 올라오는 모든 게시물을 다 보긴 어렵다"며 "대신 네티즌이 영상물을 신고하면 즉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도 "블랙박스 영상도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영상물과 똑같은 기준으로 심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에만 심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잔혹 블랙박스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은 자기 소유의 영상을 올리는 게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와 포털 사이트, SNS 업체 등이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유해물에 가까운 블랙박스 영상을 올리지 못하도록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워드 정보] 외상 후 스트레스(PTSD)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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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5시 54분쯤 강원 평창군 용평면의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봉평 터널 입구(인천 방면 180㎞ 지점)에서 관광버스와 승용차·승합차 5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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