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전 무렵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었다.
돈을 들고 온 쪽은 당시 M16 자동소총 수출업체였던
맥도날드 더글라스 회사 중역이고,
돈을 받은 쪽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데이빗 심프슨, 그가 회고한 100만 달러가 얽힌
박 대통령과의 첫 만남은 이랬다.
대통령 비서관을 따라 집무실로 들어갔다.
아무리 가난한 나라이지만 그의 행색은
한 국가의 대통령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지금까지의 그의 허름한 모습이 순식간에 뇌리에서 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각하! 맥도날드사에서 오신 데이빗 심프슨 씨입니다.
비서가 나를 소개하자 대통령은
‘손님이 오셨는데 잠깐이라도 에어컨을 트는 게어떻겠나’ 고 말을 꺼냈다.
(박 대통령은 평소에도 집무실과 거실에 부채와 파리채를
두고 에어컨은 끄고 지냈다)
각하! 이 번에 한국이 저희 M16 소총의 수입을 결정해 주신 데 대해
감사 드리고 국방에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은 저희 회사가 드리는 작은 성의…’ 라는 인사말과 함께
준비해 온 수표가 든 봉투를 대통령 앞에 내밀었다.
‘흠, 100만 달러라. 내 봉급으로는 3代(대)를 일해도 못 만져볼 큰 돈이구려.’
대통령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순간 나는 그 역시 내가 (무기 구매 사례비 전달로) 만나본
다른 여러 나라의 국가 지도자들과 다를 것이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한 번 ‘각하! 이 돈은 저희 회사에서 보이는 관례적인 성의입니다.
그러니 부디…
그 때 잠시 눈을 감고 있던 그가 나에게 말했다.
‘여보시오 한 가지만 물읍시다.’
‘네. 각하!’
‘이 돈 정말 날 주는 거요 그러면 조건이 있소.’
‘네. 말씀하십시오.’
대통령은 봉투를 다시 내 쪽으로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자, 이제 이 돈 100만 달러는 내 돈이요.
내 돈이니까 내 돈으로 당신 회사와 거래를 하고 싶소.
당장 이 돈만큼 총을 더 가져오시오.'
'당신이 준 100만 달러는 사실은 내 돈도 당신 돈도 아니요.
이 돈은 지금 내 형제, 내 자식들이 천리타향(독일광부)에서
그리고 멀리 월남 땅에서 피 흘리고 땀 흘려 바꾼 돈이요.
내 배 채우는 데는 안 쓸 거요.’
‘알겠습니다. 각하! 반드시 100만 달러어치의 소총을
더 보내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의 얼굴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닌
아버지(國父=국부)의 모습을 보았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또 한 번 청와대 정문을 통해
같은 액수인 100만 달러를 받았다는 직전 대통령 家의 가면이
속속 벗겨지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