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철학을 이해하는 방식 중에 하나는 역발상 철학입니다.
뒤집어 생각하고 거꾸로 가는 것이 오히려 나중에 가면 정답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노자 도덕경을 읽다보면 세상의 상식과 다른 상식들을 만나게 됩니다.
부드러운 것이 딱딱한 것 보다 더 오래 버티고, 겸손한 사람이 오만한 사람보다 더 존경받고, 뒤로 한발 물러나는 것이 앞으로 나서는 것 보다 결국 앞서는 결과를 얻을 것이고, 지켜보는 것이 어쩌면 강요하는 것보다 더 내 뜻을 따르게 한다는 것이지요. 언뜻 이해가 안 가는 철학이지만 노자는 이것을 자연의 원리와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노자가 바라보는 자연은 간단합니다.
자연은 의도적이지 않고, 소유하려 하지도 않고,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저 스스로(自) 그러한(然) 것이 자연이라는 것이지요, 하늘과 땅은 품안에서 자라는 세상의 모든 만물이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체일 뿐 내가 만들었다고 주장하거나 소유하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천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풀 한포기 나무가 한그루마저도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돌봐주는 어머님의 마음을 가진 존재다.
자신이 만들었다고 자랑하지 않으며,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지켜만 볼뿐 늘 뒤로 물러나 간섭하지 않는다.
예 노자의 자연에 대한 해석입니다.
노자는 이런 원리를 그의 철학에 적용하였습니다. 일명 리더는 天地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위적인 강요를 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리더십을 통해 백성들이 스스로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자연(自然)’의 결과를 내라는 것입니다. 일명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노자의 역설의 철학입니다.
노자는 이 역설의 리더십을 다음과 같은 4가지 원칙으로 말합니다.
첫째 내가 이룬 공을 남에게 떠벌리지 마라! - 작이불사(作而不辭)라!
作, 그러니까 어떤 일을 내가 하고 그 한 일을 不辭, 말로 떠벌이지 말하는 것입니다.
자연이 만물을 만들어 놓고 내가 만들었다고 강요하지 않듯이 리더는 묵묵히 일을 이루어 낼 뿐, 그것을 공치사 하지 않습니다.
둘째 내가 만들었다고 소유하려 하지 마라! - 생이불유(生而不有)라!
정말 아름다운 말입니다. 자연은 만물을 태어나게 했어도 소유하려 하지 않습니다.
인간도 내가 만든 것이라고 해도 소유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성공을 하고 재산을 모아도 이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소통시키는 분들은 노자의 이 철학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 분일 겁니다.
셋째 내가 했다고 자랑하려 하지 마라! - 위이불시(爲而不恃)라!
자연은 비를 내리고 햇빛을 내려도 자랑하려 하지 않습니다.
인간도 남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자랑한다고 해서 남들이 그 혜택을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저 주기만 할 뿐, 그 행동에 대하여 어떤 자랑도 안 할 때 상대방은 오히려 더욱 고마워 할 수 있습니다.
넷째 공을 이루었으면 몸은 물러나라! - 공성신퇴(功成而身退)라!
노자의 역발상 철학의 압권입니다. 공을 이루되 그 공에 안주하려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성공하는 것도 힘들지만 성공을 버리는 일은 더욱 힘듭니다.
그러나 내가 이룬 공을 버리고 내 몸이 뒤로 빠질 때 그 공은 더욱 빛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자의 이런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상식의 철학은 동양정신의 한 갈래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만들고(作), 낳고(生), 하고(爲), 이루더라도(成), 떠벌리지 않고(不辭), 소유하려하지 않고(不有), 자랑하지 않고(不恃), 뒤로 물러난다면(退) 예상 밖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자는 상식 밖의 상식의 철학을 말하며 이렇게 말을 맺습니다.
아! 자신이 이룬 일에 머물려고 하지 않기에(夫唯不居라), 오히려 그 성공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是以不去니라).
결국 노자의 역발상 철학은 위대한 발상이었던 것입니다.
낮춤이, 부드러움이, 물러남이, 소유하려 하지 아니함이 오히려 더 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노자는 이 철학을 우리가 귀에 익은 시로 표현합니다.
金玉滿堂을 莫之能守라
금옥이 집에 가득한들 모두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富貴而驕면 自遺其咎니라.
부귀한 자가 교만하면 자신 스스로 허물을 짓게 됩니다.
功成身退 天之道니라.
성공 하였다면 몸은 잠시 물러나는 것 이것이 진정 하늘의 도(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