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한국 외교, 安寧하신가요'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입력 : 2015.03.27 23:03 | 수정 : 2015.03.27 23:03
외교 기본 설계 누가 했고 무슨 내용 담고 있나
외교, 대통령 혼자 책임지게 하는 건 지혜로운 生存術 못 돼
강천석 논설고문
요즘 들어 "한국 외교는 안녕(安寧)하신가" 하고 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건성으로 던져보는 안부 인사가 아니다. 평소 이문(利文)도 남지 않는 국제 문제로 골치를 썩기 싫어하던 사람들마저 뭔진 모르겠지만 나라 밖 사정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낌새를 챈 듯한 말을 풀어놓는다. 말도 어려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 정부가 마지막 순간까지 끙끙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여부에 대해 국민은
가부간(可否間) 아무 설명도 듣지 못했다. 등 뒤에서 미국과 중국 두 호랑이가 으르렁대는 소리에 대(代)물림한 위기의식이 발동됐을 뿐이다.
수상한 소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베 일본 총리는 한·일 과거사 청산과 위안부 강제 동원 사죄 문제에 관해 'Mr. No'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 아베 총리가 일본 총리로선 처음으로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자리에 나가 연설을 한다. 초청자는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이고, '나는 열렬한 아베 총리 지지자'라며 응원 박수를 보낸 인사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 의원이다.
한국과 일본은 올해 두 나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다. 동북아 현대사에서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은 양국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할 두 당사자인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는 지난 2년간 서로를 소 닭 보듯 해왔다. 간단히 풀릴 매듭 같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는 2차대전 종전 70주년인 올해 대대적 전승(戰勝) 기념행사를 하겠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은근히 두드려 보고 있다. 워싱턴과 도쿄는 한국의 본심(本心)을 들여다볼 문구멍이라도 생긴 듯 우리를 흘깃흘깃하고 있다. 북한의 3대(代)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두 행사를 국제무대 데뷔 기회로 삼을 모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분할과 크림반도 합병 문제로 미국과 열전(熱戰) 일보전(一步前)이고, 중국과 미국·일본은 동북아에서 서로 상대 의도를 못 미더워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 정세 속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푸틴 대통령과 사열대에 나란히 서서 중국 인민해방군과 러시아군의 위풍당당(威風堂堂)한 분열식을 내려다볼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현재 남북 상황에선 김정은의 등장도 거북스러운 변수다.
나라마다 정권마다 외교의 기본 설계도(設計圖)가 있다. 박근혜 정부도 설계도가 없을 리 없다. 문제는 설계도의 기본 아이디어를 제공한 인물이 누구인지, 설계도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 나라 안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요즘의 대미(對美) 외교, 스스로 외압(外壓)을 불러오는 듯한 작금의 대중(對中) 외교, 제자리걸음만 하다 오히려 후퇴해버린 지난 2년의 대일(對日) 외교, 화려한 시사회용(試寫會用) 필름을 계속 돌릴 뿐 끝내 본영화가 상영되지 않아 관객을 지치게 만드는 대북(對北) 관계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권의 외교 기본 설계도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불신이 따라서 커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팀장은 청와대 안보실장이다. 현 정권 출범 당시 국방장관 적임자를 찾다 찾다 찾지 못해 전(前) 정권의 장관을 그대로 유임시켰던 인사다. 그가 이 정부 외교의 설계자일 수는 없다. 외교부 장관은 아무리 뜯어봐도 외교정책의 시공(施工) 담당일 뿐 설계와는 거리가 멀다. 이 정부 들어 통일부 장관은 불면 날아가 버릴 만큼 위상(位相)이 가벼워졌다. 청와대 외교수석도 한국 외교의 3대 축(軸)인 대미 외교·대중 외교·대일 외교를 전면(前面)에서 이끈 경험은 없는 인사다. 상황이 이렇다면 박근혜 정부 외교의 기본 설계도는 대통령 본인이 만들었다는 말이 되고 만다. 나라가 이럴 순 없다.
국제관계란 동맹이 형성·유지·적응·변화·쇠퇴·해체돼가는 과정이다. 공통된 국익(國益)과 동일한 위협을 기반으로 형성된 동맹은 국익과 위협이 분화(分化)되면서 적응과 변화와 쇠퇴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이 갈림길 근처에는 두 가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하나는 본국의 국익이 아니라 상대의 국익 때문에 제3국과의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려 드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다른 하나는 본국의 국익만 생각하다가 동맹 상대국으로부터 버림을 받는 건 아닌가 하는 불신(不信)의 함정이다. 이 시기 이 지대를 지혜로운 외교로 무사하게 통과하지 못하는 나라는 때로 존망(存亡)의 낭떠러지에 설 수도 있다.
지금의 한·미, 미·일, 한·일 간 직접 동맹과 간접 동맹 당사국 사이에 바로 이 같은 '휘말림(entrapment)'과 '버림 또는 따돌림(abandonment)'의 의혹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한국은 동맹국 미국과 안보를 함께 설계하고 최대 경제 교역 상대인 중국과 미래의 번영을 함께 기약해야 하는 좁은 문 앞에 서 있다. 이 절박한 시대의 한국 외교를 대통령 혼자 걸머지게 하는 것은 지혜로운 국가의 생존술이 못 된다. 외교·안보 라인의 근본적 보강과 재편을 서둘러야 할 때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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