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냉전이 끝난 뒤 세계에는 ‘미국식 민주주의 절대 우위’라는 하나의 조류가 생겼다. 억압적인 공산권을 이겨낸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조합은 번영을 위한 해법이 됐다. 일당 지배를 유지하려는 아시아 신흥국은 ‘예외’로 통하는 리콴유(李光耀)의 싱가포르 성공 모델에서 그 근거를 찾으려고 했다.
리 전 총리가 창설한 인민행동당(PAP)은 50년에 걸쳐 정권을 유지했다. 언론 자유를 제한하고 정부가 간접 출자한 기업이 존재감을 유지했다. 국가의 생존을 최우선시 하는 정치 사상에 기반한 ‘아시아형 민주주의’로 불린다. 인권 문제로 비판도 받았지만 기적적인 번영을 이룬 것도 부정할 수 없다.
1978년 11월, 당시 중국 부총리 덩샤오핑(鄧小平)이 싱가포르 서부 공단을 찾았다. 세금 우대와 규제 간소화를 무기로 외자 유치가 진행되고 있었다. 덩은 공단을 둘러본 뒤 “외국 자본으로 공장을 지어 싱가포르가 얻는 이익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달 중국 공산당 회의에서 개혁과 개방을 내걸고 주도권을 잡았다. 중국이 문화 대혁명의 잿더미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하게 된 계기는 싱가포르에 있었다.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은 아시아형 민주주의 실무를 전파하는 기관이다. 졸업생 약 2000명 중 중국인 유학생은 4분의 1인 500명이다.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관료들도 적지 않다. 중국은 지금도 싱가포르를 성장의 모범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길’로 불리는 일당 지배 체제 하의 성장은 보편성을 가질까.
리콴유는 중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성장을 위해 일당 지배를 통한 정치적 안정을 택했다. 반면 모방자들은 체제 연장을 위해 성장이 필요하다. 목적과 수단을 뒤바꾼 후발 국가에선 정치·경제 왜곡이 발생했다. 예를 들면 정치의 투명성이다. 그는 비리를 싫어하고 관련 혐의를 받은 관리는 즉각 추방했다. 반면 많은 아시아 신흥국에선 여전히 뇌물이 판친다. 거대한 정부를 유지하기 위해 복잡한 규제를 두고 기업 진출을 막는다. 경제의 개방성도 크게 다르다. 싱가포르에선 2000년대 들어 저가 항공사(LCC) 진출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컸다. 리콴유는 "LCC가 싱가포르항공 점유율을 잠식해도 상관없으며 내버려 두겠다"고 일축했다. 싱가포르는 미·일·중은 물론 신흥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자국 산업 보호에 집착해 질 높은 통상 자유화에 나서지 못한다.
리콴유가 시작하고 일그러진 형태로 왜곡돼 신흥국에 퍼진 아시아형 민주주의. 중국 경제는 성장이 둔화되고 베트남도 부침이 계속되고 있다. 본래 수단일 뿐이던 일당 지배가 성장의 걸림돌이 되면서 불만의 마그마가 뿜어져 나오고 아시아 신흥국의 안정은 흔들리고 있다.
원문은 중앙일보와 전재 계약한 니혼게이자이 신문
리 전 총리가 창설한 인민행동당(PAP)은 50년에 걸쳐 정권을 유지했다. 언론 자유를 제한하고 정부가 간접 출자한 기업이 존재감을 유지했다. 국가의 생존을 최우선시 하는 정치 사상에 기반한 ‘아시아형 민주주의’로 불린다. 인권 문제로 비판도 받았지만 기적적인 번영을 이룬 것도 부정할 수 없다.
1978년 11월, 당시 중국 부총리 덩샤오핑(鄧小平)이 싱가포르 서부 공단을 찾았다. 세금 우대와 규제 간소화를 무기로 외자 유치가 진행되고 있었다. 덩은 공단을 둘러본 뒤 “외국 자본으로 공장을 지어 싱가포르가 얻는 이익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달 중국 공산당 회의에서 개혁과 개방을 내걸고 주도권을 잡았다. 중국이 문화 대혁명의 잿더미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하게 된 계기는 싱가포르에 있었다.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은 아시아형 민주주의 실무를 전파하는 기관이다. 졸업생 약 2000명 중 중국인 유학생은 4분의 1인 500명이다.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관료들도 적지 않다. 중국은 지금도 싱가포르를 성장의 모범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길’로 불리는 일당 지배 체제 하의 성장은 보편성을 가질까.
리콴유는 중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성장을 위해 일당 지배를 통한 정치적 안정을 택했다. 반면 모방자들은 체제 연장을 위해 성장이 필요하다. 목적과 수단을 뒤바꾼 후발 국가에선 정치·경제 왜곡이 발생했다. 예를 들면 정치의 투명성이다. 그는 비리를 싫어하고 관련 혐의를 받은 관리는 즉각 추방했다. 반면 많은 아시아 신흥국에선 여전히 뇌물이 판친다. 거대한 정부를 유지하기 위해 복잡한 규제를 두고 기업 진출을 막는다. 경제의 개방성도 크게 다르다. 싱가포르에선 2000년대 들어 저가 항공사(LCC) 진출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컸다. 리콴유는 "LCC가 싱가포르항공 점유율을 잠식해도 상관없으며 내버려 두겠다"고 일축했다. 싱가포르는 미·일·중은 물론 신흥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자국 산업 보호에 집착해 질 높은 통상 자유화에 나서지 못한다.
리콴유가 시작하고 일그러진 형태로 왜곡돼 신흥국에 퍼진 아시아형 민주주의. 중국 경제는 성장이 둔화되고 베트남도 부침이 계속되고 있다. 본래 수단일 뿐이던 일당 지배가 성장의 걸림돌이 되면서 불만의 마그마가 뿜어져 나오고 아시아 신흥국의 안정은 흔들리고 있다.
원문은 중앙일보와 전재 계약한 니혼게이자이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