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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맨큐 vs 피케티/ 조선닷컴

鶴山 徐 仁 2015. 1. 5. 20:35

[오늘의 세상] 맨큐 vs 피케티

                 

  • 보스턴=나지홍 특파원



  •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보스턴=

    입력 : 2015.01.05 03:00

    [보수·진보 경제학 거물, 貧富격차 놓고 첫 맞짱토론]

    맨큐 교수 - "富 집중, 경제 기여의 대가… 자본주의선 당연한 현상"
    피케티 교수 - "최상위층, 돈으로 권력 사 정치·사회적 불균형 불러"

    "피케티와 맨큐가 대결한다."

    3일 오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차학술총회의 최고 흥행카드는 '피케티 세미나'였다.

    토마 피케티(43)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지난해 '21세기 자본'이란 책을 펴내 단숨에 진보경제학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프랑스·영국 등 20여개국의 300여년에 걸친 조세(租稅) 자료를 분석해 소득과 부가 상위 소수층에게 집중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반면 '맨큐의 경제학'이란 교재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그레고리 맨큐(56) 하버드대 교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밋 롬니 후보의 경제 참모를 맡았던 보수 경제학계의 거물이다.

    
	냉랭 - 3일 미국 보스턴 전미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21세기 자본’ 토론회에 참석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왼쪽)와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이날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인 두 학자가 발표 시작 전부터 냉랭한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냉랭 - 3일 미국 보스턴 전미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21세기 자본’ 토론회에 참석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왼쪽)와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이날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인 두 학자가 발표 시작 전부터 냉랭한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보스턴=나지홍 특파원
    '21세기 자본' 저자 본인과 그 반대편의 거물이 같은 자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공방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이 책에 대한 논쟁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이 주도해왔다. 주최 측은 청중이 몰릴 것에 대비, 같은 시간에 열린 50여개 세미나 가운데 가장 큰 회의실을 배정했다. 하지만 세미나 시작 전부터 500여석의 좌석이 동나 수백명이 서서 세미나를 지켜봤다.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먼저 발표에 나선 맨큐는 "발표 시간이 20분밖에 안 된다. 이 책이 얼마나 유명한지 다들 아실 테니까 칭찬은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며 의례적인 덕담 한마디 없이 공격에 착수했다. 발표문 제목부터 "그래서 어쩌라고(So what)?"로 자극적이었다.

    맨큐는 피케티 이론의 핵심 근거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피케티는 "빈부격차가 확대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역사적으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쉽게 말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것이다. 맨큐는 "만일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낮다면 자본가들은 리스크(위험)를 안고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에서 이 같은 현상은 당연하다는 것이 맨큐의 설명이다.

    이후 맨큐의 문제 제기는 좀 더 근본적인 지점으로 향했다. 그는 "부의 불균형이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느냐"고 따졌다. "상위 1%가 부를 독식하는 것은 경제적 기여의 당연한 대가"라는 평소 소신을 밝힌 것이다. 청중석에서 "토론회에서 당신의 정치철학을 강요하지 말라"는 항의가 나왔다.

    다음 발표에 나선 피케티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너무 두꺼운 책을 쓰는 바람에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 미안하다"는 뼈 있는 농담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맨큐가 자신의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피케티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1%포인트만 높아도 장기적으로 최상위 1%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은 20~30% 늘어난다"면서 "작은 차이가 엄청난 불평등을 낳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상위층은 단순히 음식과 의류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돈의 힘으로 권력과 영향력도 사들인다"면서 "경제적 불균형이 정치·사회적 불균형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피케티는 "빈부격차가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는 맨큐의 주장에 "빈부격차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맞선 셈이다. 마치 영원히 결론에 도달하기 어려운 무신론자와 유신론자 간의 논쟁을 보는 것 같았다. 큰 관심을 모았던 '빅매치'는 이렇게 서로간의 명확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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