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중 균형외교 펴지만 결국 한·미동맹이 대세 될 것"
[중앙일보] 입력 2014.09.29 02:04 / 수정 2014.09.29 08:58
도닐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인터뷰
중국 부상, 미국 쇠퇴할 걸로 보나
21세기에도 미국 초강대국 남을 것
토머스 도닐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5일 본사를 찾아 인터뷰를 갖고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중국의 급부상 속에 미국의 위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백약이 무효인 북한의 핵개발은 무슨 수로 막나. 악화일로인 한·일 관계를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 2010년부터 3년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보좌했던 토머스 도닐런(59)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매일 이런 글로벌 현안들을 고민하며 세계를 움직였다. 지난주 무역협회 초청으로 서울을 찾은 그는 25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가장 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보유한 미국이 21세기에도 초강대국으로 남을 것”이라며 “미국은 아시아에서 지속적으로 강력한 존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미국과 중국은 파트너인가 라이벌인가.
“경쟁과 협력관계, 둘 다 존재한다. 두 나라가 수교한 40년 전엔 무역규모만 연간 5000억 달러에 달하는 현재의 미·중 관계를 상상할 수조차 없었을 거다. 그만큼 양국은 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깊은 관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부터 중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여러 번 만났고, 오는 11월에도 만날 계획이다. 그러나 군사적으로는 양국 관계가 뒤떨어져 있다. 더 신경 써야 한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중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은 미국이 아시아에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패권을 확대하려는 모습이 역력한데.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이해당사자는 아니지만 일방적 행동에 반대하며, 항해 자유 같은 국제적 원칙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거다.”
- 만약 센가쿠 열도에서 일본 선박이 중국의 공격을 받는다면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을 방어할 의무가 있다. 다만 상황의 악화는 원치 않는다. 모든 당사자가 동의하는 행동규범을 만들어 충돌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의 행동규범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 시진핑 주석에게 갈수록 힘이 집중되고 있다.
“시 주석은 광범위한 경제개혁과 반부패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그런 노력이 중국 안팎의 갈등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다. 다만 공격적인 행동은 금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중국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공표했다. 한국과 일본·대만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불필요한 조치였다. 미국은 강하게 반대했다. 중국이 이런 문제를 국제관계의 맥락 속에서 생각하기 바란다.”
- G2 시대를 맞아 중국과 미국이 태평양에 대한 패권을 양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주장은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태평양의 패권국(power)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중국은 그 패권의 수혜자였다. 이 지역엔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가 많다. 이들은 미국이 균형자로서 중국과 건설적 관계를 지속하기 바라며, 양국이 싸우기를 원치 않는다. 미국은 그 의무를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이 군사·경제적으로 계속 강하게 존재하는 게 필요하다. 이게 오바마 행정부가 천명한 ‘Rebalancing(재균형)’의 목표다 .”
- 중국은 부상하고 미국은 쇠퇴하는 패권국이란 주장에 대해선.
“미국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세계를 이끄는 강대국 지위를 유지할 거다. 가장 강한 군사력과 강한 경제력을 갖고 있고, 젊은 이민자들이 계속 밀려와 고령화·인구 감소 우려가 없다. 높은 국가 신뢰도와 법치주의도 큰 자산이다. 열악한 공공 인프라와 장기 채무 같은 ‘부채’도 있지만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또 미국만큼 강력한 글로벌 동맹망을 가진 나라는 없다. 한국·일본·필리핀은 큰 자산이다. 반면 중국은 산업혁명 당시 유럽 국가들보다 10배나 빨리 성장했지만 최근엔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 중국과 인접한 한국은 중국의 부상을 피부로 느끼며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는 양상인데.
“한국에선 결국엔 한·미동맹이 대세로 자리잡을 걸로 본다. 양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가치를 공유한다. 또 미국은 한국의 안보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가깝지만 안보 면에선 미국과 가장 단단히 결속돼 있다. 한국이 미국과 방공식별구역 같은 걸 놓고 갈등한 적이 있나. 중국의 관여는 더 큰 미국의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TPP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TPP는 미국의 재균형 의지를 대표하는 좋은 사례다.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큰 수혜를 볼 것이다.”
- 미국이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방관한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나.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방한 당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비판하며 일본의 솔직한 과거 인식을 촉구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역사 현안을 논의해 관계를 개선하기 바란다. 다만 일본은 한국과 더불어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다. 미국은 일본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안보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는데 미국은 ‘전략적 인내’만 내세우며 손을 놓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북한에 ‘핵을 포기하면 경제지원을 하겠다’고 포괄적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실험으로 응수했다. 미국의 자세는 유연하지만 비핵화란 분명한 목표가 있다.”
- 한국은 뭘 해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선언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단계적인 행동계획을 밝혔다. 현명한 접근이라 본다. 특히 통일을 염두에 둔 부분이 그렇다.”
-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관계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장 높은 수준(top)의 친분을 쌓았는데 그런 관계가 박 대통령과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임기를 마친 성 김 주한 미국 대사는 첫 한국계 대사다. 후임인 마크 리퍼트 신임 대사도 오바마 대통령의 가까운 친구다. 훌륭한 대사가 될 거다.”
-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 대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러시아의 위협을 막는 노력은 다국적이어야 한다. 한국도 제재를 지지할 걸로 본다.(러시아와 경제관계를 끊어야 하나?) 한국은 러시아에 대해 제재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거다.”
인터뷰=강찬호 기자
정리=박성우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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