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조선] SK 최태원 회장 둘째 딸 해군사관학교 입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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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5 16:54 | 수정 : 2014.09.27 10:36
SK 최태원 회장의 둘째 딸 민정 씨가 지난 9월 15일 군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민정 씨는 이날 오후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117기 사관후보생 입영식’에 참석했다.
어머니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외삼촌인 노재헌 씨도 참석해 민정 씨의 입소를 지켜봤다.
올해 스물셋인 최민정 씨는 앞으로 3개월간의 훈련을 마치면 오는 12월 소위로 임관한다. 민정 씨는 임관 후 석 달간의 추가 교육을 끝내고 함정에 오르게 된다. 앞서 민정 씨는 지난 8월 29일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해군 사관후보생 선발에 합격했다. 재벌가 자제들의 병역면제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민정 씨의 군 지원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사관후보생 입영식 행사 시작 20분쯤 전에 노소영 관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민정 씨는 미소를 띤 채 생활관을 둘러보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딸의 군 지원에 대해 “군인(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로서 감사하고 기쁘다”고 했던 노 관장도 환한 미소로 딸의 입소를 지켜봤다. 노 관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1년 대장으로 예편했다.
인터뷰 요청에는 “죄송합니다” 정중히 사양
민정 씨는 “자신이 특별하게 다뤄지는 게 싫다”며 인터뷰를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인 최 회장과 노 관장도 “군생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터뷰에 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정 씨와 노 관장 모두 검은색 정장 바지에 셔츠 등 검소하고 간소한 차림이었다.
입영 행사 마지막, 동기들과 함께 가족에 큰절
민정 씨는 입영 행사 마지막 순서에 가족들과 일일이 포옹한 뒤 같은 소대 동기들과 단상에 올라 가족들에게 큰절을 했다. 노소영 관장은 행사가 끝난 직후 “(딸을 보내) 서운하다. 다들 잘하고 무사히 마치기를 바란다. 파이팅!”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정 씨를 포함해 총 92명의 해군 및 해병대 사관후보생이 입영했다. 이 가운데 여성은 18명이다.
노소영 관장은 딸인 민정 씨가 처음으로 해군 사관후보생에 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을 때에는 만류했다고 알려져 있다. 군인의 딸로 살아왔던 만큼 그 직업이 가지는 어려움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초에는 노 관장이 민정 씨 입대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걱정하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민정 씨는 추석연휴 직후인 9월 초 의정부교도소에 수감 중인 아버지 최태원 회장을 홀로 찾아가 작별 인사를 했다. 최 회장은 이날 민정 씨에게 “깊이 생각하고 선택한 길이니 건강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라”며 군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딸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대학을 마친 민정 씨는 올해 4월 시작된 해군 사관후보생 모집 전형에 지원하기 위해 올해 초 귀국했다. 민정 씨는 필기시험, 신체검사, 면접 과정을 거쳐 지난 8월 30일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다. 이번 해군 사관후보생 경쟁률은 10 대 1로, 120명 선발에 1천2백여 명이 몰렸다. 해군 관계자는 “민정 씨는 합격자 중에서도 상당히 우수한 성적을 거뒀으며, 국가관과 지원 동기, 어려운 상황에서의 판단력 등을 묻는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해군 장교는 민정 씨 학창시절부터의 꿈
민정 씨는 우리나라 경영학과에 해당하는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을 지난 7월에 졸업한 재원이다. 광화관리학원은 베이징대에서도 우수한 학생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학점 관리가 까다로워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와 함께 대학을 다닌 한 유학생은 “민정 씨는 학교 다닐 때 머리가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어느 기업이든 갈 수 있는 학벌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왜 해군 장교에 지원한 것일까.
그의 지인들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해군 장교의 꿈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를 잘 아는 ‘판다코리아닷컴’ 이종식 대표는 “민정 씨가 평소에 ‘적어도 집안에 한 명 정도는 외할아버지(노 전 대통령) 뒤를 잇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했다. 대장으로 예편한 노 전 대통령의 뒤를 잇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판다코리아닷컴은 한국의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중국 온라인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쇼핑몰로 작년 말 이 대표와 민정 씨가 공동으로 창업한 곳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외손녀인 민정 씨의 해군 장교 지원 소식을 듣고 흐뭇해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문동휘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가족을 통해 외손녀 얘기를 전해 듣고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후 투병 중이다.
자립심 강해 입시학원 및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중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베이징대)을 나온 그는 고교 졸업과 함께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거의 받지 않았을 만큼 자립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정 씨는 베이징대에 입학한 뒤 한국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학원에서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며 생활비를 벌었고, 대학 학비는 장학금을 받아 해결했다고 한다. 그는 2년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직업은 방법론”이라며 “반기문 UN 사무총장 말씀처럼 ‘무엇이 되고 싶다기보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정 씨는 강단 있고 책임감이 강한 성품으로 ‘기왕에 군대를 가려면 힘든 곳에서 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민정 씨는 해군의 여러 병과(兵科)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함정 승선 장교에 지원했다. 함정 승선 장교는 육상이 아닌 함정을 타고 나가 수병(해군 병사)들을 인솔 및 관리하며, 우리 바다를 지키는 일을 한다.
이 대표는 또 “민정 씨가 올해 초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 면회 때 해군에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최 회장은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며 “민정 씨가 독립적인 성격이어서 부모들도 그의 뜻을 존중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정 씨는 대학 재학 중에도 주변 학생들에게 “내 힘으로 공부해서 성공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대학에서 자발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다. 대부분 그가 주도한 일이었다. 중국 일부에서 혐한(嫌韓) 정서가 대두되던 대학 1학년 때 중국과 한국의 학생이 참여하는 ‘손에 손 잡고’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는 한국과 중국 학생들이 문화 교류를 할 수 있는 동아리로 혐한 정서를 제대로 알고 대처할 방법을 찾기 위한 모임이었다. 대학 2학년 때는 2백여 명의 다국적 학생들과 함께 국제적 문화 교류를 위해 ICU(Inter-cultural Union)라는 단체도 만들었다.
생활은 검소한 편이었다고 한다.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에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다닐 때가 많았다. 그와 함께 베이징대를 다녔던 유학생은 “대기업 회장 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고 다른 학생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고 했다. 민정 씨는 방학 때는 서울 강남의 편의점과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그와 함께 베이징대를 다녔던 한 유학생은 “민정 씨가 뭘 하든 확실하게 하는 성격이어서 군생활도 잘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재벌가 자제들의 병역면제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그의 군 지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국내 재벌가 자제들은 3~4세로 내려갈수록 병역면제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여왔다. 범 삼성가(家)에서는 이인희 한솔 고문(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녀)의 세 아들인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 조동만 한솔아이글로브 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모두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군에 가지 않았다. 현대가에서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현역으로 군을 마쳤으나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병역면제를 받았다. 군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여성인 민정 씨가 군에 지원한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정 씨의 부친인 최태원 회장은 작년 1월 1심에서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1년 7개월째 수감돼 있다.
제 갈 길 가는 재벌 2·3세들
그동안 주요 재벌가의 딸들은 보수적인 가풍을 핑계로 명품 판매, 베이커리 사업, 갤러리 등 편한 사업에만 안주해왔다. 그 때문에 민정 씨의 군 지원은 이런 사례와 비교되며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버지 회사’의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편한 삶을 살 수 있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꿈을 펼치는 재벌가 2·3세들이 주목받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36) 빅앤트 인터네셔널 대표는 대표적인 ‘도전형(形) 재벌가 자제’로 꼽힌다. 광고계에서 인정받는 실력자인 그는 2006년 독립광고회사 빅앤트를 설립한 후 2009년 반전을 테마로 한 작품으로 5개 주요 국제 광고제를 석권하며 이름을 알렸다. 박 대표는 지난해 한 TV 프로그램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아버지 뒤를 잇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서 “아버지는 항상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하셨다”고 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7남인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외아들인 정경선(28) 씨는 지난 2012년 비영리 단체 ‘루트임팩트’를 설립하며 청년 사회사업가로 변신했다. 루트임팩트는 자선사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육성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정 대표는 “재벌가 자제들은 현실과 격리된 그들만의 사회에 사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이 성공하려면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특목고는 고사하고, 재벌가에서 흔한 외국 유학 한번 다녀오지 않은 국내파다. 그는 청운중, 경복고를 나와 고려대를 졸업했다.
이 밖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이성한(43) 감독은 영화 <스페어> (2008), <바람>(2009), <히트>(2011) 등 개성 있는 연출과 작품세계로 충무로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31) 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전무는 지난 7월 어린이 여행동화 작가로 등단했다. <지니의 콩닥콩닥 세계여행>이라는 제목의 이 동화집은 주인공 지니가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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