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악산, 맛만 보고 내려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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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은 산봉우리가 구름을 뚫고 솟아서 그 모습이 마치 서기(瑞氣) 를
품은 한 떨기 향기로운 꽃과 같다.
주봉인 망경대를 중심으로 산세가 험하고 기암절벽으로 산으로 이루고 있어
그 경치가 절경이며 구름이 산을 감돌아 신비감 마져 느끼게 한다.
산이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그 모습 때문에 운악산이라 부르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이다. (안내판에서)
해마다 9월 산행은 운악산으로 정해서 오른지가 벌써 여러 해가
되었다. 내가 퇴직한지도 14년이 지났으니 내가 나오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가 버린 우리들의 산악회, 옛 직장의
선후배와 동료들이 어울려서 올 해도 운악산을 찾았다.
팔팔해서 황소도 때려 잡을 수 있다고 장담했던 사람들, 대부분
무술 단증을 갖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세월앞에는 항우장사도 소용없다라는
옛말처럼 이번의 코스는 운악사까지만 가기로 한다.
'
교대앞에서 버스에 오르면서 보니까 40여명의 회원들 모두가
차림부터 등산차림이 아니다.
운악산 입구에서 차를 내리니 파라솔을 펴들기도 하고 아예 산은
쳐다보지도 않고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는 사람, 옆길로 새어 버리는
사람, 가지가지다.
그래도 명색이 산악회로 모인것인데 올라가는척이라도 해야지....
작년에만 해도 정상까지 다녀 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나도
운악사까지는 갔었는데 올 해는 영 자신이 없다.
중턱쯤 오르다 나도 옆길로 샌다.
그리고 주저 앉아서 하늘 한번 쳐다보고 산 한번 쳐다보고
낄낄 낄낄.... 하늘도 맑고 구름도 곱다.
어쩌다 정상을 못가고 내려 올 때는 뭔가 찜찜해서 뒤돌아 보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 시기도 다 지나고 까짓 정상을 가야만 하나 뭐, 한두시간
걸으면 되지.. 하고 생각이 바뀌어 버린지도 몇해가 된다.
그래도 우리는 쉴 새 없이 주저리 주저리.....
한시간쯤 올랐다가 되돌아 내려와서 길가에 핀 꽃 구경을 한다.
벌개미취도 피어있고 물봉선도 피어있고 달맞이꽃도 피어 있다.
누군가가 말한다.
이제 모임 이름을 바꾸자고.
산에도 안 오르면서 산악회라고 하기에는 좀 뭣하다고.
요즘은 산은 그야말로 맛만 보고 안보전시관이나 6,25때
전적지들을 주로 찾아서 참배를 하니 아무래도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하면서 또 낄낄....
엉겅퀴꽃이 이렇게 시들었다. 가을이니까.
벌개미취가 많이 핀 어느 집 마당에서는 고추를 말리고 있었다.
고추 말리는걸 보니 고향집 생각이 난다. 해마다 가을이면
지붕위에도 마당에도 고추가 빨갛게 널리곤 했었던 고향집,
그 초가집은 사라호 태풍때 없어져 버렸고 지금은 보문단지의
한 귀퉁이에 들어 가 버렸지만 내 마음속에는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도 운악사 까지는 갔다 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나도 꽃구경 그만하고 일행에 합류한다.
이러면서도 내년에도 운악산을 올거냐고 했드니 그래도 또 와야지
하는 대답들이다.
맛만 보고 내려 와도 산악회니까 산에 와야지 ^^ ^^
맞는 말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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