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전교조 인성교육은 방치교육…보수는 비겁·탐욕”…부산교육감 낙선 신현철 前 부성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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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06 10:43 | 수정 : 2014.07.06 10:48
서울특별시를 제외한 시·도교육감 낙선자 중 관심을 받는 대상은 경기도 교육감에 출마한 조전혁 전 의원과 부산광역시 교육감에 출마한 신현철 전 부성고 교장이다. 이미 언론에서 지적했지만 보수 진영의 분열은 ‘친전교조 교육감 13명 당선’의 일등공신이다. 서울, 부산, 인천, 경기, 충북, 충남 등에서 보수 진영은 최소 3명 이상이 출마한 반면 진보 진영은 단일화를 이뤘다.
이 중에서 부산광역시 교육감 선거는 보수 분열의 극명한 사례였다. 임혜경, 박맹언, 정승윤, 신현철 등 보수 후보를 자칭하는 사람이 6명이나 출마했고 이들은 한 사람도 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했다. 부산 시민은 보수 후보 6인에 67.2%를 몰아줬지만 결과는 통합진보당 시당위원장 출신인 김석준 후보의 당선(32.7%)이었다. 다른 시·도의 친전교조 후보들처럼 김석준 당선자 역시 무상급식을 중요한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신현철씨는 부산의 부성고 교장 시절 교학사 발행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교육청 간부, 고등학교 교장 등을 두루 경험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좌편향 교과서 채택 압박에 맞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전국 2300개 고등학교 중 부성고가 유일하다. 신씨는 지난 5월 8일 교육감 출마선언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 “부성고를 제외한 전국 고등학교에서 좌편향 역사교육이 수정 없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교육감 예비후보 어느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기고 있는 무책임한 작태를 그냥 볼 수가 없었다.”
신씨는 전화로 만나자고 했을 때 “선거도 끝났는데 이제 와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선거 후유증이 여전히 심각한 듯했다. 교육감 선거에 나서서 5.8% 득표에 그쳤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싶었다.
지난 6월 24일 오후 부산시민공원에서 신씨를 만났다. 전교조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해온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나는 학교 현장에서 경험해 봐서 안다. 한국사 교과서는 국정교과서 체제로 가는 게 맞다. 남북 분단이 된 상황에서는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함께 애국심·충성심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국정교과서 체제로 가야 한다.”
- 전교조 교육감들은 인성교육을 강조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인성교육은 뭔가.
“그들이 말하는 인성교육은 내버려두고 방치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잘못하면 훈육하고 때로는 사랑의 매를 들 때도 있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교사가 조금 잘못하거나 실수하면 사진을 찍어 경찰에 고발하라고 가르치는 게 인성교육인가. 학교에서는 참고 견디는 훈련도 필요한 것이다. 그들은 교묘하게 좌파교육을 인성교육으로 포장하고 있다. 인성교육은 한마디로 방치교육이다.”
- 전교조 교육감들이 주장하는 혁신학교란 무엇인가.
“그런 거 필요없다. 지금 평준화되어 추첨으로 가는 것 아닌가. 혁신학교 자체가 차별하는 거다. 국민 세금을 조화롭게 나눠 쓰면 되는 거지. 혁신학교라고 하면, 그럼 나머지 학교는 ‘찌끄레기’ 학교인가?”
- 선거 공약 중에 학교 급식을 지방자치단체로 위임하자는 얘기가 있던데.
“내 오랜 경험으로는 학교장은 교육만 신경 쓰게 해야 한다. 학교는 애들 가르치는 일만 해도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학교가 급식을 하게 될 경우 만일 식중독이라도 발생하면 학교는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그러니 급식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서 관리하는 게 맞다. 지방자치단체에는 급식을 관리할 수 있는 위생과 직원들도 수적으로 충분하다.”
- 사립학교를 연차적으로 공립학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는 무슨 말인가.
“사립학교는 정부에서 인건비와 시설비를 지원받는다. 이사장은 학교 땅만 있으면 되는 거다. 자기 돈이 10원도 안 든다. 그런데 사립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는 사실상 노예 취급을 당한다. 이사장 눈에 들지 않으면 언제 잘릴지 모른다. 학교의 자율성을 추구하려면 연차적으로 공립학교로 전환해야 한다.”
- 비정규직인 중·고교 영양사를 정규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던데.
“초등학교에서는 급식이 점심 한 끼밖에 없다. 하지만 고교에서는 점심과 저녁이 나온다. 그러니 중고교 영양사들은 정규직으로 바꿔줘야만 한다.”
이쯤해서 교육감 선거 얘기로 화제를 바꿨다. 사실 기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 경쟁했던 보수 진영 교육감 후보 5인은 그가 외롭게 교학사 교과서 지키기 투쟁을 벌일 때 어떤 입장이었을까.
- 보수 진영 후보 중에 그때 신 교장을 응원하고 격려한 사람이 있었나.
“아무도 없었다. 임혜경 당시 교육감은 격려 전화 한 통 없었다. 그런데도 자기들이 보수 후보라고 했다.”
이렇게 말하고는 그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자료를 하나 꺼냈다. 그 문건에는 2월 4일과 2월 18일이라고 연필로 메모한 게 보였다.
“모철민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2월 4일에 전화를 걸어왔다. 대통령께서 ‘정말 수고 많다’는 얘기를 전해달라고 했다. 2월 18일에는 담당 비서관이 또 전화를 했다.”
-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보수 진영에 큰 실망을 하지 않았나.
“그렇다. 다른 후보들이 내게 모두 자기를 지지해 달라고 했다. 그들은 자기가 교육감을 하겠다는 욕심밖에는 없었다. 오로지 자기가 하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그게 무슨 보수인가. 보수는 게으르고 비겁하고 탐욕스럽고 단합할 줄 모른다. 거기에 비하면 좌파는 조직과 대의에 순응할 줄 안다.”
- 김석준 교육감 당선자는 중앙에서는 거의 안 알려진 인물이다.
“현재는 당적이 없지만 1년전까지 통진당 부산시당 위원장을 했다. 그는 2002년과 2006년 민노당 후보로 두 번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사람이다. 시장선거에서는 도저히 새누리당 아성을 깰 수 없으니까 교육계로 나서겠다고 전략을 바꾼 것이다.”
교육감은 초·중·고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다. 김석준 당선자는 부산대 사범대 교수 출신이다. 전공 분야에서는 전문가지만 초중등 교육에 관한 한 문외한이나 다름없다는 게 신씨의 판단이다.
-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논란이 많은데 직접 해보니 어떤가.
“교육감 선거는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 이래서는 진정한 교육감 자격을 갖춘 사람이 당선될 수 없다.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한다면 선거는 철저하게 선거공영제로 치러지도록 해야 한다. 명함, 현수막, 벽보, 유세차량, 선거운동원 5가지를 못하게 해야 한다. 현재의 방식대로 하면 수십억원이 소요된다. 대신 TV토론 기회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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