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6.12 03:03
최근의 원화 강세(强勢)는 연간 700억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에다 선진국에서 넘쳐나는 투기 자금이 국내로 몰려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작년에 7조8000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채권을 사들인 데 이어 올해도 지난달까지 3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자금 중에는 선진국들의 금융 완화 정책으로 고삐 풀린 듯 세계를 돌아다니는 '핫머니(단기 투기 자금)'가 포함돼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이 환율 전쟁을 방불케 하는 돈 풀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투기 자금이 국내에 더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지금 수출·투자·소비 등 경제의 주요 엔진 중에서 겨우 수출 엔진만 작동하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9%를 기록했지만 소비는 0.2% 늘어나는 데 그쳤고 투자는 1.9%나 줄었다. 수출만 1.5% 늘어 가까스로 성장을 지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 강세로 수출 전선마저 고꾸라지면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엔진이 거의 가동을 멈추게 될 것이다.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 수입 규제를 풀고 투자를 격려해 소비재·자본재 수입을 늘려야 한다. 시장을 휘젓고 다니는 외국인 핫머니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2010~2011년 선물환 규제,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외채에 대한 은행세 부과 등의 정책을 통해 외국인 자금이 과잉 유입되는 것을 막았다. 정부 당국은 그러지 않아도 저성장 함정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가 환율 정책마저 실패하면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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