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왼쪽)이 9일 최고인민회의 투표장인 평양 김일성정치대학을 나서고 있다. 여동생 여정(원 안)이 수행했다. 김정은 바로 뒤는 최용해 북한군 총정치국장. [사진 노동신문]
김여정이 베일을 벗었다. 9일 치러진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선거 투표장에서 김정은(30) 국방위 제1위원장을 수행하면서 공개석상에 나타났다. 이날 밤 조선중앙TV와 10일자 노동신문은 그를 처음으로 호명했다. 노동당의 실세인 김경옥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황병서 부부장에 이어 김여정을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이 차관급 공직을 맡았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는 앞서 몇 차례 관영매체에 등장했다. 2012년 11월에는 고모인 김경희와 말을 타는 모습이 관영TV에 보였다. 김여정이 김정은과 함께 김일성·김정일의 핏줄을 잇는 이른바 ‘백두혈통’ 패밀리란 점을 부각하려는 선전술이었다.
거침없는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김정일 추도행사 때는 꼿꼿이 도열한 김정은과 당 간부들과 달리 행사장을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이 드러났다. 2012년 7월 능라인민유원지 개관 행사에서는 김정은이 경례받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여정은 오빠 김정은과 함께 1990년대 중반부터 수년간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 유학했다. 부모와 떨어져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김정은과 각별한 사이였다는 게 우리 당국의 파악이다. 최고권력자가 된 오빠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