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전북 남원시 춘향로에 있는 4년제 사립 서남대. 갓 입학한 새내기로 북적거려야 할 캠퍼스가 한산하다. 정문에서 본관까지 가는 200여m 길에 학생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날 한 학과의 1학년 필수과목 강의실엔 4명이 앉아 있었다. 학과 신입생 정원이 56명인데 10%도 못 채운 것이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학생이 너무 없어 강의실 대신 교수 연구실에서 수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본관 옆에는 짓다 만 건물이 방치돼 있다. 들여다보니 콘크리트 뼈대가 드러나 있고 철판·널빤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1993년 학생회관용으로 착공했지만 20년 넘게 흉물로 남아 있다. 대학 설립자 이홍하(76)씨는 교비 900억여원을 불법으로 빼낸 혐의로 2012년 구속돼 2심 재판 중이다.
이 대학에는 도서관이 없다. 도서관용으로 지은 5층 건물이 기울어져 준공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10년째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 공학부 교수는 “19년간 학교가 지원한 실험실습 재료비가 2000만원도 안 된다”며 “20년 전 다른 대학에서 조교 할 때 1년간 쓴 재료비만도 못하다”고 털어놨다. 교육부는 지난해 이 대학 재단의 임원 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보내려 했지만 법원이 재단 측의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보류됐다. 교수 190명은 6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교수들은 자치기구를 만들고 학교 홈페이지에 “학생들은 동요하지 말고 학업에 정진해달라”며 “교수들이 학교 상황을 바로잡아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돌려드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대학은 올해 664명 모집에 지원자가 200명 정도에 그쳤다. 그나마 150명은 취업이 되는 의예과·간호과·보건계열이다. 재학생 이모(23)씨는 “이러다간 학생과 교수, 지역사회 모두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학교를 정상화할 것인지 폐교시킬 것인지 빨리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지금보다 16만 명 줄이는 구조개혁을 추진 중이다.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모든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학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부실 대학을 정리해 과도한 대학 수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1970년 168개였던 대학(전문대 등 포함)은 지난해 433개까지 늘었다. 특히 김영삼 정부가 96년 최소 설립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을 인가하는 준칙(準則)주의를 도입하자 97년부터 2011년까지 63곳이 신설됐다. 70년 20만 명이던 대학생은 지난해 370만여 명으로 40년 만에 18배 증가했다.
◆특별취재팀=김성탁·천인성·윤석만 기자, 남원=장대석 기자, 제주=김기환 기자
鶴山 ;
대학에 몸을 담고 있던 사람으로서 특별취재팀의 선 부실대학 퇴출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는 바이며, 현 정부의 교육부에서 내놓고 있는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그 계획 자체가 부실이며,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