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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不實 철도 개혁 성패는 국민 지지 얻는 데 달렸다/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12. 23. 11:10

[사설] 不實 철도 개혁 성패는 국민 지지 얻는 데 달렸다

 

 

입력 : 2013.12.23 03:03

 

 

정부가 불법 파업 중인 철도 노조 지도부 검거를 위해 1995년 민주노총 설립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민노총 본부에 경찰을 투입했다. 예상대로 노조의 실력 저지가 벌어졌다. 어느 정도 법치가 정착된 나라에서 우리처럼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힘으로 막는 게 용인되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된 원인은 민노총과 같은 세력이 국민 일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믿는 데 있다. 철도노조가 사상 최장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민영화 반대' 주장이 상당수 국민에게 먹혀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철도 노조는 정부가 코레일 자회사를 만들어 2015년에 시작하는 수서발(發) KTX 운영을 맡기기로 한 데 대해 "철도 민영화를 위한 절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처럼 철도 요금이 오르고 사고가 빈발할 것"이라는 게 파업 이유다. 그러나 코레일 자회사 지분 중 민간 자본은 '0'이다. 2016년부터 자회사가 영업이익을 내면 코레일이 매년 10%씩 지분을 늘려 자회사를 100% 소유할 수 있다. 철도 민영화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중·삼중 장치를 마련했다. 이래놓고도 나중에 정부가 민영화하겠다고 나섰다가는 그 역풍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그런데도 노조가 "철도 민영화가 맞는다"며 억지를 부리는 것은 민영화에 대한 국민 불안감에 편승해 자신들의 독점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의도다.

코레일은 지난 5년 동안 매년 2000억~7000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코레일 부채는 17조원으로 연간 매출액 5조원의 3배가 넘는다. 도저히 빚을 갚을 길이 보이지 않는데도 코레일은 인건비를 연평균 5.5%씩 올려왔고, 매년 성과급 1000억~3000억원을 지급해왔다. 김대중 정부가 철도 운영 부문 민영화를 포함한 경영 합리화를 꾀했으나 노조 저항으로 실패했다. 그 후 민영화를 포기한 노무현 정부가 장기적으로 철도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놨고 그 정책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참이다.

공기업을 민영화하지 않아도 공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도록 하면 경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의 경쟁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수익성이 좋은 국제선을 인천공항공사에 내주고도 2002년 3400억원 영업적자에서 작년 14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서울 지하철도 경쟁 체제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1㎞당 직원이 75명, 영업비용이 86억원이다. 반면 서울메트로와 경쟁시키기 위해 설립한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영)는 1㎞당 직원이 45명, 영업비용이 52억원이다. 이러니 서울메트로도 경영 실적을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요금이 오른 것도 없고 사고가 난 것도 없으며 서비스가 나빠진 것도 없다.

철도에도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 새 경쟁사는 기존 요금 아래에서도 고객 서비스를 높이고 이익을 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코레일 경영이 어느 정도로 방만한지, 철도 노조는 얼마나 귀족화돼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철도 노조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것이다. 철도 노조가 지금의 고임금·복지를 계속 누리려면 코레일의 독점 체제를 지켜야 한다. 결국 '민영화 반대' 파업이 아니라 '철밥통·기득권 지키기' 파업이다.

철도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공기업 노조들이 걸핏하면 '민영화'라면서 파업을 벌이는 이유도 국민의 민영화 거부감을 이용해 공기업 개혁을 막으려는 것이다. 정부는 공기업 개혁에 대한 저항이 '요금이 오를지 모른다'는 국민의 불안 심리를 이용하고 여기에 편승한다는 사실을 알고 대처해야 한다. 지금 각종 민영화 괴담이 다시 횡행하는 것은 공기업 실태를 알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개혁 저항 세력의 대국민 심리전에 밀린 결과다.

공기업 노조도 이제는 투쟁이 아니라 공기업 개혁의 장(場)에 한 당사자로 참여하는 것이 낫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우리 공기업 노조들이 영원히 '잔치'를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은 노조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장기적으로 고용을 안정시킬 방안을 지금이라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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