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주간조선] 체력 바닥난 한국 기업 “제2의 IMF 올 수 있다”…그때보다 외환보유고만 많아/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11. 24. 17:52

[주간조선] 체력 바닥난 한국 기업 “제2의 IMF 올 수 있다”…그때보다 외환보유고만 많아

  • 박영철 주간조선 차장
  •  

     

    입력 : 2013.11.22 15:23 | 수정 : 2013.11.22 16:04

    
	지난 10월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동양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 집회. 울부짖는 한 참가자의 표정이 IMF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photo 조선일보 DB
    지난 10월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동양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 집회. 울부짖는 한 참가자의 표정이 IMF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photo 조선일보 DB

    한국 경제가 국내외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2의 IMF’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조심스럽게 나온다.

    국내에선 동양그룹을 비롯한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휘청거리고 있고 웅진그룹, STX그룹은 이미 부도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도 심상찮다. 재계 순위 3위인 SK도 계열사별로 고강도 구조조정에 전격 돌입했다.

    ◇한국 경제 떠받치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성장세 급격 둔화…세계 시장에서도 포화상태

    해외 악재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뚜렷해지면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해외에 투자돼 있던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게 되고 이 경우 신흥시장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면 미국 경제는 활기를 띠고 있다. 11월 13일 뉴욕증시는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기업의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0.96포인트(0.45%) 뛴 15,821.63에서 거래를 마쳤다.

    올해 글로벌 증시 활황세에도 불구하고 6월부터 급락세로 돌아서 따로놀던 코스피는 최근 외국인 순매수를 바탕으로 10월에 2000선을 회복했으나 동양사태와 미국 양적완화라는 악재에 부딪혀 다시 2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주가가 부진한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체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직접 원인은 ‘주가의 거울’인 기업 실적 악화이다. 50개 주요 기업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작년 3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8.0%, 순이익은 9.3% 감소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축인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삼성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선진국 시장에서 이미 보급률 50%를 넘어 포화상태다. 국내 시장은 지난해 3070만대를 정점으로 올해 2630만대(예상)로 내리막길이다.

    현대자동차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 44조550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7.7% 감소했다.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면에서는 크게 후퇴한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성장률이 3.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한민국은 지난해까지도 해외 언론들로부터 가장 빨리 위기를 극복한 나라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가 이 대목을 국정 홍보의 주요 수단으로 삼았을 정도였다. 그랬던 우리 경제가 지금은 왜 활력을 잃었을까.

    위기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0년 17.2%를 기록했지만 이후 연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4.3%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엔 매출액 증가율이 0%였다. 성장이 정체됐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 高환율 정책 등 단기 미봉책으로 떠넘겨 禍 더 키워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위기를 미봉책으로 넘겼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환율 정책으로 수출기업을 지원했다. 이것이 부메랑이 됐다. 2008년 1월 이후 1년 만에 원·달러 환율은 45% 급등(원화가치 절하)했다. 해외에서 올린 실적을 원화로 환산하면 그만큼 부풀려진 것이다. 이런 환율 효과를 제거하면 2009년 한국 기업은 4% 마이너스성장을 한 셈이다.

    고환율 정책은 장기간 쓸 수가 없다. 다른 나라들의 반격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환율 정책에 집착했고 이것이 현재의 경제난을 초래한 주범이 됐다.

    수출 대기업들이 환율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되면서 기업 내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돈 버는 기업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사내유보로 쌓아놓고 IMF(국제통화기금) 이전처럼 직원들에게 보너스 등의 형태로 많이 풀지 않아 가계에는 돈이 마르는 현상이 심화됐다.

    최근 IMF 등 다수의 해외 경제기관들은 한국 정부에 내수를 부양하라고 권고했다. 수출 위주의 경제정책은 소득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계부채가 너무 많아 개인이 쓸 수 있는 돈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돈이 없다 보니 기업들도 투자 늘리기를 꺼리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 현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만의 유별난 흐름이 있다.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한 점이다. 반면 미국, 영국 등 상당수 선진국은 가계부채를 줄이고 피나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2007년 말 665조원이던 가계부채 잔액은 증가세를 이어 2012년 말 964조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자영업자 부채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가계부채는 1100조원을 넘어선다. 이명박 정부 5년간(2008~2012년) 가계부채는 그렇게 급증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1분기에 962조원으로 줄었으나 2분기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모양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영국의 가계부채 잔액은 줄었다. 위기를 맞아 미국과 영국은 가계의 빚 부담을 줄인 반면 한국은 키운 것이다.

    저성장도 고착화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연 5% 안팎을 기록하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에 그쳤다. 올해도 2%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설상가상으로 고령화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저출산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가계부채 증가→소비 축소→투자 감소→저성장→실업률 증가→가계부채 증가’라는 악순환의 덫에 걸렸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인 정부 재정이 나쁘다는 점이다.

    ◇“가계 부채 줄이고 일자리 창출 등으로 경제 패러다임 바꿔야”

    한국의 기업부채가 원인이었던 IMF 외환위기나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한국 정부의 재정이 건전해서 쓸 수 있는 수단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공공부문 부채를 포함하면 정부부채는 이미 GDP(국내총생산) 대비 80%를 넘었다.
    
	해운업은 수년째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은 한진해운 선박. photo 한진해운
    해운업은 수년째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사진은 한진해운 선박. photo 한진해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가 올 4월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는 뜨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와 같다”고 경고한데 이어 국내 최고의 민간 싱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도 올 10월 같은 맥락의 경고를 했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이 지난달 삼성그룹 사장단을 대상으로 수요회의 특강에서 “기업과 정부·사회의 위기의식으로 극복했던 외환위기와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5년차 이후 한국 기업의 체력소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한국 경제는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신봉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잡 메이킹 이코노믹스’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그는 “신규 일자리 창출 능력을 상실한 대기업과 수출 중심 성장 위주의 경제인 ‘1960년대 체제’를 용도 폐기하고 대신 ‘일자리 다산’ 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기업가 정신도 살려야 한다. 신규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기업체 비중은 2006년 8.5%에서 2011년 4%로 반토막 났다. 글로벌 진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노력도 급감해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2003~2007년 47.2%에서 2008~2012년 -0.8%로 추락했다.

    아베 정권 출범 후 전개 중인 ‘원고엔저’ 현상은 우리 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도요타처럼 우리보다 비슷한 위기를 먼저 겪고 극복한 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최대 현안인 가계부채와 정면승부를 벌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가계부채 규모가 1000조원이 넘는다고 하면 피부에 안 와 닿겠지만 주위에 아는 사람한테 돈 빌려 달라고 해보세요. 돈 있다는 사람이 도대체 있는가. 이게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입니다.”

    정치가 복원돼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인 해법으로 제시된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은 “IMF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가 빨리 극복한 것은 정책 당국자가 잘해서라기보다 우리 국민이 마지막으로 금모으기운동을 통해 국제사회에 보여줬던 신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우리 정치권에서 여야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고 경제개혁법안은 몇 달째 통과가 안 되고 있다.

    최윤식 원장은 “요즘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상황은 16년 전 IMF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며 “그때에 비해 외환보유고만 다소 많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이 유사시 방파제가 돼줄 거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가 박근혜 정부 원년이라서 내년과 내후년 정도까지는 단물 빨아먹을 게 있다고 보고 있어서 1~2년 내로 ‘제2의 IMF’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더 많은 기사는 주간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