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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이석기 RO조직에 100억원대 뭉칫돈

鶴山 徐 仁 2013. 10. 19. 12:30

[월간조선] 이석기 RO조직에 100억원대 뭉칫돈

  • 김정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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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0.18 14:45 | 수정 : 2013.10.19 10:13

    -자본과 IT로 무장한 종북세력의 진화

    ⊙수사당국, CNC에서 RO로 흘러간 거액 자금 포착… ‘내란자금’ 여부 집중 수사
    ⊙이석기, 이메일 등 각종 계정에 김정일 생일(216), 北 대남공작기관(225) 등 연상 숫자 사용
    ⊙감청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 휴대전화 사용, 비밀아지트엔 도청감지기
    ⊙수사당국, 녹음파일 40여 개 집중분석 중… RO조직원 130여 명 중 90여 명 신원 확인
    ⊙현행 형사소송법엔 디지털 정보ㆍ저장매체에 대한 정의조차 없어… 傳聞증거 취급받는 디지털 증거
    ⊙증거인정 여부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 예상… 이석기 ‘공판투쟁’할 경우 재판 장기화

    이석기 의원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당국이 100억원 단위의 금액이 RO조직으로 흘러간 정황을 확보해 자금출처와 유입과정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월간조선》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지난 9월 5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석기 의원이 경기 수원 남부경찰서에서 수사 관계자들에 이끌려 호송차로 이동하면서 고함을 지르고 있다. /조선DB
    지난 9월 5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석기 의원이 경기 수원 남부경찰서에서 수사 관계자들에 이끌려 호송차로 이동하면서 고함을 지르고 있다. /조선DB

    최근 발간된 《월간조선》 11월호에 따르면, 이석기 계좌를 비롯한 관련 자금을 추적 중인 수사당국은 내란음모 관련 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그 연계성을 조사하고 있다. 100억원대 자금 중 약 50억원은 통합진보당이 선거비용 명목으로 제공한 것으로, 나머지 자금은 여론조사와 광고홍보 등 사업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당국은 계좌 압수수색을 통해 CN커뮤니케이션즈와 그 자회사인 길벗투어, 사회동향연구소 등 이석기 관련 업체의 자금흐름을 추적해 왔다. 자금줄을 파악하면 ‘RO 회합’에서 언급한 총기구입 등의 실행의사를 증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줄 의혹을 받는 CN커뮤니케이션즈는 이석기가 2005년 CNP전략그룹이란 이름으로 설립한 선거기획 광고대행사로, 이후 CNC로 개명했다가 지난 3월 CN커뮤니케이션즈로 이름을 바꿨다. 회사는 설립 후 2011년까지 12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일감 몰아주기와 탈세 등의 의혹을 받아 왔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통합진보당이 2011년 말 창당 이후 현재까지 정당보조금과 선거보조금 명목으로 총 95억4782만원을 받았는데, 이 중 절반에 이르는 금액이 이석기 측에 선거비용으로 흘러들어갔다”며 “1990년대부터 20년 가까이 조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이른바 ‘보급투쟁(재정확보투쟁)’을 통한 자금력 확보였다”고 설명했다.

    지하조직은 사상, 조직, 자금 등 3요소가 가장 중요하다. 이석기는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RO 조직이 있었다. 강력한 힘의 배경은 이석기의 자금력이었다. 과거 가난한 운동권이 굶주리면서 하는 투쟁에서 이른바 자본력을 동원한 혁명으로 진화한 셈이다.

    
	[월간조선] 이석기 RO조직에 100억원대 뭉칫돈

    수사당국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디지털 증거물 분석을 통해 이메일 등 다수의 이석기 계정에 0216, 0225, 0615 등과 같은 숫자가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 북한 대남공작기관 225국, 6·15남북공동선언 등이 연상되는 숫자들이다. 우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나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등 이적단체 수사에서 자주 발견되는 패턴이어서 216과 225와 같은 숫자는 추후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석기는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거소지(비밀아지트)엔 도청감지기까지 설치했다. 자신에 대한 통신감청을 방지하려는 목적인데, 정작 수사당국은 해당 전화와 거소지를 감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장(통신제한조치 허가서)에 따른 합법적 감청의 대상은 휴대전화, 유선전화, 이메일 등으로 나뉜다. 감청대상은 주로 타인 명의 전화를 사용하고, 잘 사용하지 않는 유선전화 통화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보통 사건의 경우 이메일 감청이 중요한 증거가 되는데, RO 조직은 지메일 계정을 교묘히 사용해 감청을 피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한 계정을 양쪽이 공유하면서 임시보관함에 정보를 올리고 확인한 사람이 이를 지우는 방식이다. 지메일을 운영하는 구글(Google)이 미국 기업인 데다 임시보관함 내용은 완전히 삭제되기 때문에 복구가 어렵다는 점을 활용한 사례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종북세력이 국내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IT 서비스로 혁명거점을 옮겨가고 있다”며 “이른바 ‘사이버 망명’을 통해 대남혁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내란음모 사건을 촉발한 내부조력자의 제보와 현장녹음은 RO의 보안수칙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증거다. 수사당국은 현재 40개 이상의 녹음파일을 분석 중이며, 현장수사와 사진분석 등을 통해 조직원 130여 명 중 90여 명의 신원을 확보했다.


    ‘부인(否認) 무죄, 인정(認定) 유죄’

    지난 14일 공판 일정이 시작되면서 법정공방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기소된 이석기와 RO 조직원들은 검찰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으로 일관했다. 종북세력의 법정 대응 능력도 과거와 달리 전문화해 법리적 허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이다.

    
	지난 9월 26일 수원지검 공안부가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공개한 증거물들. /조선DB
    지난 9월 26일 수원지검 공안부가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공개한 증거물들. /조선DB

    특히 ‘디지털 압수수색’은 치열한 법정 논란이 예상된다. 수사관들이 들이닥쳐 박스에 서류뭉치를 쓸어담는 모습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됐다. 주요 증거 대부분이 디지털로 저장되기 때문에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컴퓨터 법의학) 전문수사관이 투입돼 정밀한 작업을 실행한다.

    공안사건의 압수수색 절차는 상당히 복잡하다. 우리나라 법은 일괄(一括)압수가 아닌 선별(選別)압수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관이 포렌식 장비를 이용해 압수 대상 하드디스크 또는 USB 메모리와 연결한다. 사건과 관련된 데이터만 압수할 수 있기 때문에 선별 작업을 거친다. 만약 해당 하드디스크에 10만 개의 파일이 있다면 모두 현장에서 사건 연관성을 검증해야 한다.

    포렌식 압수 절차를 마치면 저장매체를 봉인한다. 이때 해시(hash) 값을 대조해 증거의 무결성을 확인한다. 해시 값은 특정 파일의 고유 값이 128비트(bit)로 기록돼 이른바 ‘전자지문’으로 불린다. 해시 값이 우연히 일치할 확률은 인간의 지문이 일치할 가능성보다 훨씬 희박하다.

    ‘전문증거(傳聞證據)’ 논란은 공판의 핵심 쟁점이다. 전문증거란 증인의 법정진술이 아닌 타인의 증언이나 진술서와 같은 형태로 보고하는 증거를 말한다. 한국에선 반대신문의 결여와 직접주의 등을 이유로 그 증거능력을 제한한다.

    문제는 현재 디지털 증거가 전문법칙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만약 이석기의 사무실 압수수색 중 PC에서 충성맹세문이 나와도 증거가 되려면 작성자가 이를 인정해야 한다. 피의자가 이를 부인하면 일반증거 대신 전문증거로 취급돼 증거능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은 게 우리의 법 현실이다.

    공안사건의 경우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가운데 변호인 측이 강력하게 항의하며 디지털 증거를 모두 부정하면 일일이 입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당한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며, 소모적 논쟁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명백한 증거도 제대로 인정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거 수차례 재판을 참관했던 한 수사 관계자는 “디지털 증거에 대한 관련 법 자체가 없는 한국은 어찌 보면 IT 강국이 아니라 IT 후진국이란 생각이 든다”며 “법정에서 무조건 부인하면 증거 성립이 안 되기 때문에 ‘부인(否認) 무죄, 인정(認定) 유죄’란 말까지 나왔다”고 토로했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선 디지털 증거가 전문증거라 해도 증거로 인정될 수 있게 예외를 법률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며 “디지털 증거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은닉하는 행위를 민·형사상 처벌하는 것도 우리와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28일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의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이정희,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집무실 앞에 앉아 압수수색을 막고 있다. /조선DB
    지난 8월 28일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의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이정희,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집무실 앞에 앉아 압수수색을 막고 있다. /조선DB

    이석기 RO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은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지령·보고 체계가 적발된 최초의 사례다. 1998년 재건(再建) 민혁당 총책인 하영옥은 남파 간첩을 만나 인터넷 연락방법을 직접 교육받았다. PC방에서 이메일을 활용해 지령을 받는 방식으로 보안을 유지하려 했다.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미국의 핫메일(Hotmail) 계정을 이용했다. PGP라는 이메일 암호 프로그램 사용도 시도했다.

    민혁당의 조직원이었던 이석기는 보안방식을 더욱 발전시켰다. 당시 국내에 서버를 뒀던 핫메일을 해외 서버인 지메일(Gmail)로 바꿨고, 업그레이드된 PGP로 더욱 강력한 암호화를 실행했다. RO는 통신, 컴퓨터, 문서, USB, 외부활동 등으로 세분화한 까다로운 보안수칙을 정해 철저히 지켰다.⊙

    ※PGP(‘Pretty Good Privacy): 필 짐머만(Phil Zimmermann)이 개발한 이메일 보안 시스템. 이메일을 암호화 또는 복호화해 제삼자가 볼 수 없게 하며 구현이 쉽다. 이메일의 기밀성을 확보하고, 메시지 인증, 사용자 인증, 송신부인 방지 등 기능이 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11월호에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