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登山)과 입산(入山)2013-6-6 |
나는 어린 시절 경북 청송 후미진 산골에서 살았다. 산골이기에 자연 속에서 사는 나날이었다. 가을철 감나무에서 감을 딸 때면 할아버지께서 높은 자리에 달린 잘 익은 감들은 따지 못하게 하셨다. "할아버지 저렇게 잘 익은 감인데 왜 그냥 두라하셔요?"하고 물을라치면 "그건 새들의 몫이니라. 까치도 까마귀도 감을 좋아하느니라." 하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며느리께 이르곤 하셨다. "하수구에 구정물을 버릴 때도 식혀서 버려라. 뜨거우면 벌레 데어 죽는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서는 자연과 날짐승과 하수구의 벌레들까지도 공동체의 가족들이었다. 그래서 보호하며 함께 살려하셨다. 우리 조상들에게 산림(山林)은 "여민공지(與民共之)하여야 한다는 생각, 곧 산은 모두가 공유하여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산은 뭇 생명의 집이다. 그러기에 산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 전체의 몫이다. 산은 지친 삶의 영원한 안식처요, 생명의 모태이다. 그래서 조상들은 "산을 오른다."는 의미의 등산(登山)이라 하지를 않고 "산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입산(入山)이라 하였다. 등산과 입산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등산은 마치 정복하는 듯한 표현이지만 입산은 상생(相生)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산길을 걸을 때에는 고리가 여섯 달린 지팡이를 지니고 다녔다. 짤그랑 짤그랑 소리를 듣고 산짐승들이 놀라지 말고 피하려는 배려에서였다. 우리 국토는 산이 70%를 넘는 땅이다. 더러는 지하자원이 없는 땅이라 탓하기도 하지만 산과 산림과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을 잘 지키고 돌보면 어떤 자원 못지않은 혜택을 사람들에게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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