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科學. 硏究分野

[사설] 황우석 사태 악몽 되살리는 줄기세포 논문 조작/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2. 12. 6. 22:57

 

입력 : 2012.12.05 23:30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수의대 강수경 교수가 2006년부터 발표해온 줄기세포 관련 논문 17편이 모두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강 교수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2005년 학계를 떠난 이후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유망주로 꼽혀 왔다.

우리나라는 2004년 황우석 박사팀이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한때 세계 줄기세포 연구를 주도하는 듯했다. 그러다 이듬해 황 박사의 논문이 조작으로 밝혀지자 국내 줄기세포 연구는 아예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미국·중국·일본·EU는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해 우리를 한참 앞질렀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도 영국과 일본의 줄기세포 연구 학자에게 돌아갔다. 국내 과학계와 산업계가 가까스로 황우석 사태의 악몽을 떨치고 불씨를 되살려가고 있는 참에 또다시 찬물이 끼얹어진 셈이다.

과학자들은 경쟁심, 명예욕, 연구비, 승진 등 여러 이유로 끊임없이 연구 결과를 과장하거나 조작하려는 유혹에 시달린다. 논문 부정(不正)에는 중복 게재, 표절, 저자 무임승차, 조작까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데이터를 변조하거나 있지도 않은 데이터를 날조하는 조작 행위는 가장 무거운 범죄다. 강 교수는 올 5월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단순 실수'였다고 둘러댔으나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다.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가 1977년부터 올해까지 게재가 취소된 생명과학·의학 논문 2047건을 분석했더니 단순 실수로 철회된 경우는 21%뿐이고 그 3배인 67%가 조작·표절 같은 적극적인 부정행위였다.

논문 부정은 결정적 제보가 없는 한 밝혀내기 힘들다. 황우석 사태 이후 대학들이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설치했지만 문제가 발견돼도 웬만한 것은 관행으로 여기고 넘어가는 온정주의 풍토 때문에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학자들 스스로 연구자 윤리를 지켜야겠지만 한국에도 미국 연구감사국(ORI) 같은 정부 차원의 감시 기구 설치를 도입할 때가 됐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